중국은 마이너스…일본·인도·베트남은 세 자릿수↑
글로벌 자금, 탈중국 공급망에 몰려

자료: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서 탈(脫)중국 움직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펀드가 줄어든 자리를 일본·인도·베트남 펀드가 채우고 있는데, 이들 세 나라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이다.

28일 연합인포맥스 신규설정 펀드(화면번호 5357)에 따르면 중국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신규설정 펀드 개수는 2020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43개)·2021년(25개)·2022년(7개)·2023년(3개) 연속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반면 일본·인도·베트남에 투자하는 신규설정 펀드 개수는 지난해 급증했다. 비슷한 수준이던 2020년(12개)·2021년(10개)을 거쳐 2022년(0개)에는 신규설정 펀드가 없었는데, 2023년에 20개로 훌쩍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네 나라 중 인도 펀드만 5개 신규 설정되며 자산운용업계의 탈중국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日·印·越 세 자릿수 상승…中 하락

네 나라 증시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중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2020년 3월 저점(2,646.80) 이후 2021년 2월에 고점(3,731.69)을 기록했다가 수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고점 대비 19.19% 하락한 상태로, 전날 3,015.48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날 2020년 3월 저점(16,358.19) 대비 139.87% 상승한 39,239.52를 기록했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 22일 34년 만에 버블경제 때였던 1989년 12월의 전고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도 2020년 3월 저점(25,638.90)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185.09% 상승했다. 전날 종가는 73,095.22다. 베트남 호치민VN지수는 2020년 4월 저점(649.10)을 기록한 뒤 136.70% 상승하며 2022년 1월에 1,536.45까지 올랐다가 일부 상승분을 반납하고 현재 1,237.46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암울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 진영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다. 미·중 갈등 속 중국 내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대하자 해외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전년(1천802억 달러·약 240조 원) 대비 82%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세는 올해 1월까지 8개월째 이어졌다.

◇ 중국 대신 日·印·越로 외인 투자 몰려

반면 미국이 공급망 동맹국으로 낙점한 일본으로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던 대만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86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 게 하나의 사례다.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5천억 엔(약 4조4천300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에 대한 기대로 현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132.88% 치솟은 도쿄일렉트론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서방의 견제를 받는 중국 대신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와 베트남으로도 외국인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로 향한 FDI 규모는 2015년 556억 달러에서 2022년 710억 달러로 빠르게 늘어났다. 인구구조가 피라미드형인 인도의 저렴하고 역동적인 노동력은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애플·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조 단위 인도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도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해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베트남에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베트남을 탈중국 공급망 국가 중 하나로 육성하려는 미국 정부와 손발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무기 삼는 희토류를 베트남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서방 입장에선 중요하다.

국내 운용업계에서도 거세지는 탈중국 바람에 관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펀드 설정은 줄이는 추세"라며 "탈중국의 수혜국인 일본·인도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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