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역외 숏플레이가 달러-원 수급 대치 상황을 깨고 환율을 1,310원대로 끌고 내려오면서 외국인의 매도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3.50원 상승한 1,3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과 11일 이틀간 달러-원은 20.60원이나 밀리면서 1,320~1,340원 범위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났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과 미국의 2월 실업률 상승이 환율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지난 7일(미국시간)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확신을 가지기까지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비둘기파적 인상을 시장에 남겼다.

하루 뒤인 8일에는 미국의 2월 실업률이 3.9%로 상승해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됐다.

특이한 것은 두 이벤트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눈에 띄는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같은 역외 숏플레이가 일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미 환율이 20원이나 하락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대체로 선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다음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과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역외 매도세가 힘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신흥국에 투자하고 있는 영국의 자산운용사(리얼머니), 헤지펀드와의 회동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달러화 숏에 나서겠다는 시장의 태세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치기만 하면'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막 나설 것이라고 시사하면'으로 바뀌었으며 이제는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으로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지 투자자들이 현재는 달러화 롱포지션이며 궁극적으로는 달러화 숏을 바라보고 있지만 달러화 숏포지션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 너무 큰 상황에서 아시아 통화 매수 의지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지금은 달러-원이 충분히 많이 내려와서 역외의 숏플레이가 지속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본다"면서 "미국의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추가로 어떤 모멘텀이 될 만한 연준의 발언 등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역외 숏플레이 지속 가능성을 묻는 말에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BOJ가 3월에 금리를 정상화하게 된다면 지난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쭉 이어오고 돈을 풀고 있는데 결국 엔화가 강세로 가게 된다면 원화도 추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위안화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근 중국 외환당국이 고시환율 위주로 대응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달러-위안 환율이 '유사 페그' 흐름을 보이는 것이 아시아 통화의 급격한 강세를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달러-위안(CNY)이 7.10~7.20위안 부근에서 유지된다면 이것은 달러-원과 달러-대만달러 환율에 고정장치(anchor)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와 수출업체의 달러 보유가 아시아 통화 강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2년여 동안 포트폴리오 투자 유출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년 평균 해외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골드만삭스는 집계했다. 과거 5년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약 2~5% 수준이었던 것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


달러-원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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