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주재하는 김윤상 차관

지난 28일, 글로벌 금융 인덱스를 제공하는 FTSE 러셀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지만, 국채 시장에대한 외국인 투자의 접근성에 의미 있는 개선이 있다고 평가되었다. 다른 나라의 과거 편입과정은 통상 2~3년 정도 소요되었다. 우리나라는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편입을 위해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 등 관련 업계가 함께 노력해온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점도 남는다.

WGBI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주요 지수이다. 우리나라가 WGBI에 편입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상당한 규모의 글로벌 채권투자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안정적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기관들은 글로벌 지수에 편입된 채권에 포트폴리오의 일정 비율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WGBI 편입만으로도 외국인 국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국채금리가 낮아지고 가계,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하락하면서 소비, 투자가 늘어나게 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편입으로 약 60조~80조원의 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을 증대시킨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안정적 국채 시장 유입은 국채 수요 기반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특히 지수 추종 채권투자 자금들은 대부분 단기 거래차익보다는 장기보유 성향이 강하므로 안정적인 재정 자금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현재 WGBI는 24개 주요 금융 선진국 국채가 편입되어 있으며, 그 규모는 세계 국채 발행량의 88%이다. WGBI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WGBI에 편입되면 우리 국채도 글로벌 벤치마크 채권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국제적으로 주요 선진 채권시장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국채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쯤일까. 현재 세계 국채 발행 잔액은 약 65조 달러인데, 우리나라 국고채 발행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약 800억달러(1천27조원)로 1.3%를 차지하여 국가별로는 세계 12위이다. 국가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A'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부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3.5%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양호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채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시장 접근성은 글로벌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금융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외국인 투자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개선 조치들을 2022년부터 중점 추진해오고 있다.

먼저,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세를 지난해 1월부터 비과세로 전환하였으며, 외국인 투자의 큰 제약요인이었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작년 12월 폐지하였다. 또한, 국내 계좌개설 없이 국채 투자가 가능하고, 국채를 역외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국채 통합계좌를 올해 6월에 개설할 예정이다.

외환시장 구조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올해 1월부터는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3월에는 증권 결제 목적의 일시 차입(Overdraft)도 허용하였다. 나아가 올해 7월부터는 국내 외환거래 마감 시간도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 제도개선에 대해 FTSE 러셀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들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WGBI 편입 여부와는 별개로 정부의 제도개선이 차질 없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 국채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도 상당한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WGBI 편입 여부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국채 시장에 대한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의 인식과 평가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한국의 국채 시장이 접근성이 좋은 매력적인 시장인지 냉정하게 저울질해 볼 것이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 국채 투자에 대한 확신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뿌리내리도록 IR 개최 등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예탁결제원, 국세청, 외환 당국 등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외환시장 선진화, 국채 통합계좌 개설 등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WGBI 편입이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의 영업사원이 되어 오는 9월 WGBI 편입을 위해 이 전쟁터를 뛰어다닐 것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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