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인하 사이클 마무리 국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에다 '방향전환' 발언 충격"

"단기 고점 도달 이후에도 곧바로 안정세 찾기는 어려울 것"

 

하나증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충격이 2013년 미국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외부 충격이 맞물려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흐름이 12년 전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금리 상승 여지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13일 '국고채 금리 급등 코멘트: 2013년 복기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서 동결로의 변화가 아닌 인상 가능성까지 내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지금과 닮은 사례는 2013년"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와 2013년의 유사점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우선 통화정책 사이클의 전환기라는 점이다. 2013년은 2012년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동결 기조로 접어든 시기였다. 현재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동결 전망이 우세해진 상황과 유사하다.

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도 비슷하다.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는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확장 재정에 나섰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를 자극해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현 정부 역시 내수 부양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외부 충격이 금리 급등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사 발언이 글로벌 '긴축 발작'을 일으켰듯 이번에는 이창용 총재의 '방향 전환' 발언이 시장의 투매를 촉발했다.

박준우 연구원은 "2013년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금리 차)가 5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며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 기준금리(2.50%)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 수준까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12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1% 수준이다.

하나증권은 금리가 단기 고점에 도달한 이후에도 곧바로 안정세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에도 금리 급등 이후 약 3~4분기 동안 2.8%~3.0% 수준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2014년에 들어서야 내수 부진이 심화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형성됐고 금리는 추세적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 연구원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 총재가 인하 사이클이 유효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일시적인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후 정책 방향성이 잡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내년 1분기까지 2% 후반대에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그는 "펀더멘털에 근거해 인하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면 지금 금리 수준은 매력적이나 비중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11월 금통위 전후 일시적 금리 되돌림을 포착하는 편이 나을 것이며 추세적 하락은 내년 1분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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