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해지, 자산 매각 가능성 등 핵심 위험 설명 안 해"
"안정성 중시 투자자에도 고위험 펀드 권유…PB 이해상충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건 금융감독원이 금융업권 전반의 상품 설계·판매 과정에 칼을 대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업계의 소비자보호 강화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부동산 펀드의 사례를 들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벨기에 펀드를 직격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국회와 함께 '금융투자상품 개발·판매 단계의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를 개최했다.
새 원장을 맞은 금융감독원이 감독 쇄신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위해 금융투자·보험·금융범죄 등 소비자 보호 강화가 필요한 분야를 아우르는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한다.
금감원의 첫 타깃은 금융투자상품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에 따른 투자자 피해에 집중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는 '해외 부동산펀드 피해사례와 판매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다뤘다. 개괄적인 해외 부동산 펀드 현황 등으로 발표가 시작됐으나, 내용의 주를 이룬 건 벨기에 펀드에 대한 민원 사례였다.
금감원은 벨기에 펀드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당 펀드의 판매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금감원이 민원인의 진술을 토대로 정리한 해외부동산펀드 판매 과정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지적된 부분은 금융소비자보호의 핵심인 적합성 원칙 위반이다. 위험 감내도가 낮은 고객에게 초고위험 상품을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투자성향 분석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조정해 가입을 유도한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투자자는 위험중립형이었음에도 직원이 공격형 투자성향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만약 성향상 고위험 상품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적합 확인서를 형식적으로 받아 판매를 성사하는 관행까지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 성향 분석과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투자내역 등 객관적 증빙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고객의 의사로 부적합 확인서를 작성하더라도, 투자성향 분석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고위험 상품 가입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일부 은행에서 실제 시행 중인 고객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민원인의 지적이 가장 집중된 부분은 판매사의 설명 의무 소홀이다.
증권사는 벨기에 정부가 임차한 건물이라 공실 위험이 적다며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성이나 선순위 대주가 자산을 우선 회수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펀드가 현지 선순위 대출보다 후순위라는 핵심 위험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대출 미상환과 EOD 발생, 선순위 강제매각으로 이어지는 전액 손실 구조를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퇴 자금을 대부분 투자한 고령 고객에게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 "안전하고 좋은 상품" 등의 단정적인 표현이 사용된 사례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핵심설명서에 상환 순위를 명확히 표기하고, 시니어·주니어 노트 등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식 표현은 지양하도록 할 방침이다.
위험 요인을 축소하거나 희석하는 표현도 제한하고, 모든 판매 자료는 CCO 책임 아래 소비자 관점에서 재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PB와 소비자 간 이해상충을 줄이기 위한 관리 장치 역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펀드 판매 이후 사후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펀드가 2019년에 설정됐음에도, 중순위 대출의 존재와 LTV 관련 EOD 요건, 기초자산 강제 매각 가능성 등 상세한 위험 고지는 이로부터 4년이 지난 2023년에서야 안내가 진행됐다.
금감원은 판매 이후 상품 구조 변경 등 핵심 위험에 대한 안내 강화 방향을 고려 중이다.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자산운용 보고서 등을 통해 펀드 설정 당시 확정되지 않은 대출 구조 등 상품 구조 변경 및 주요 리스크 발생 사실을 안내하는 식이다. 또한 선취 판매수수료를 후취 구조로 변경해, 고객과 판매사의 이익 구조를 연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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