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낮추기 총력…400% 넘으면 해외債 조기상환



<<가스공사 관계자 코멘트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한국가스공사가 5조4천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유동화 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가스공사는 반드시 연내에 자산유동화 작업을 모두 완료해야만 해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연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설 경우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스공사의 자산유동화 작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말 부채비율 400% 넘으면 '황당한 일' 벌어져 = 2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22일 5조4천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데 실무 작업을 맡을 대표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를 선정했다.

대우ㆍ우리투자ㆍ삼성ㆍSKㆍHMC투자ㆍ신영증권 등 6곳은 공동주관사로 뽑았다. 유동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주관사 선정 폭도 컸다.

가스공사의 주관사 선정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말을 앞둔 지난 16일 자산유동화 실적 상위 20개 IB(투자은행)에 입찰참가요청서(RFP)를 돌렸고, 주말 직후인 19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제안서 접수 마감일 당일에는 프리젠테이션 평가까지 마쳤다. 다음날 주관사 선정을 끝내면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작업을 마쳤다.

가스공사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자산유동화 작업을 올해를 넘기면 안된다. 미수금을 장부에서 하루빨리 털어내야 해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연결)은 349.3%에 달한다. 3분기에는 370%를 넘을 것으로 보이며 연말 결산 뒤에는 4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에 부채비율 400%는 마지노선이다. 이를 넘어서면 사업과 재무적으로 상당한 고충을 겪을 수 있다.

우선 그간 발행했던 해외채권 중 일부를 조기상환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가스공사는 관계자는 "일부 해외채권의 경우 부채비율 400% 이상을 넘으면 조기상환을 해야 하는 트리거 조항이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실제 닥치게 될 경우 상당한 신인도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도시가스 공급업의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ABSㆍABCPㆍABL 등 되는 건 다 한다 = 가스공사가 5조4천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어떻게 유동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동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다양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게 가스공사의 계획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ABS(자산유동화증권) 뿐 아니라 은행의 매입약정과 신용보강을 통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L(자산유동화대출) 등 다각도록 구조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도 매입약정 등에 관심을 보여 참여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내 모든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만큼 전량 사모방식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공모로 발행을 할 경우 도저히 연내 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공모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유동화계획을 등록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

사모로 발행하더라도 유동화계획을 등록할 수 있지만 역시 금감원의 심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스공사는 일단 등록 유동화는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사모 유동화의 경우 30∼40일 정도면 모든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며 "일정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연말까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 수요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물량 소화는 문제될 것 같지 않다"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스요금 인상없이 보유 자산을 유동화 해 자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결과적으로 국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수금 성격 두고 금감원 "문제 있을 수 있다" =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유동화하는 가장 큰 목적은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것인데, 핵심은 5조4천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장부에서 털어내는 '북-오프(Book-off)'다.

통상 자산유동화를 통해 북-오프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확정된 매출채권이어야 한다. 유동화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꼬박꼬박 원리금을 상환받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확정매출채권이라기 보다는 장래매출채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장래매출채권을 유동화 할 경우 북-오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가스공사에 미수금의 성격상 향후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북-오프 여부를 떠나 사실상 공모 방식으로의 유동화는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가스공사가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하려는 것도 이러한 금감원의 의견을 감안한 것이다.

공모냐 사모냐의 여부보다 가스공사가 더욱 민감해 하는 것은 미수금을 장래매출채권의 성격으로 보는 금감원의 시각이다.

가스공사는 회계감사인들이 미수금을 모두 확정매출채권 성격으로 보고 있고, 실제 장부에도 자산으로 기입했기 때문에 금감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는 향후 유동화 이후 현금흐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와도 협의를 끝마쳤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원리금 상환에 대한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산단가와 공급물량이 꾸준히 유지돼야 하는데 최근 최근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일정 기간 정산단가를 적정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물량과 관련해서도 1987년 이후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오차범위의 하단을 기준으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회계법인에서 미수금을 자산이라고 인정한 터여서 유동화 이후 북-오프 문제가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가 북-오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의 입장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