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 다섯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0일 오후 한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가진 이코노미스트 모임에서다.

두 시간여 진행된 만찬 동안 이들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15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NH농협증권 신동수)에서 2년차 막내(IBK투자증권 김수만)까지 두루 모인 자리였으나 세대 차이는 없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동지로서의 유대감이 더 강하게 작용한 덕분인 것 같다.

'채권업계의 꽃미남'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과 '채권 읽어주는 여자'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 '촌철살인'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까지.

한 테이블에 모인 이들 다섯 명의 채권분석가들이 털어놓은 애환을 대담 형식으로 소개한다.



--인포맥스 = 채권분석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생소하게 볼듯 합니다.

▲A연구원 = 맞아요. 그게 도대체 무엇에 필요한 일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채권 추심 회사에 다니느냐고 묻는 분도 있어요.(웃음)

▲B연구원 = 채권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는 점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의외로 많은 듯해요.



--인포맥스 =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단순히 주식시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C연구원 = 그것도 크죠.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경제 방송도 채권 리서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는 마찬가지예요. 요새 방송은 대본에 없는 돌발 질문을 할 때가 잦은데, 대부분 주식과 관련된 질문이라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요. 채권과 매크로는 앞에 잠깐 얘기하고 결론은 주식시장 전망으로 내주길 원하죠.

▲B연구원 = 뜬금없이 유망주를 묻는 곳도 있어요. 저는 앞으로 방송 출연 안 하려고 합니다.(웃음)



--인포맥스 = 올해 30년만기 국고채가 시장의 큰 이슈였는데요.

▲D연구원 = 대단했죠. 발행 초기에 투자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발행 금리가 좀 높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C연구원 = 요새 지점 설명회 나가보면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했다가 곤란해하시는 투자자들이 많더군요. 일부 증권사가 리테일 세일즈를 너무 세게 했어요. 30년물 처음 나올 때 우리 회사 지점이나 관계사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살 때가 아니라고 했어요.

▲B연구원 = 30년물 발행될 때 경제지뿐 아니라 중앙 일간지에까지 와이드하게 소개되는 거를 보면서 "아 이거 꼭지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시장에서든 쏠림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 같아요.

▲A연구원 = 그래도 채권시장 종사자 입장에선 30년물 발행에 따른 순기능도 있는 듯해요. 주식만 쳐다보던 일반 투자자들이 채권도 직접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인포맥스 = 증권사 외형에 상관없이 채권분석 애널리스트가 1명인 곳이 많습니다. 리서치센터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힘들 때가 있을 듯한데요.

▲C연구원 = 요새는 크레딧애널리스트가 많아져서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 밑에서 도움을 주는 RA도 있구요. 그렇지만 여전히 회사와 리서치가 주식 쪽 중심이라는 점에서 사이드에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있어요.

▲B연구원 = 그래도 혼자서 1천조원 시장을 커버하고 있다고 자랑도 합니다.(웃음). 주식 쪽에서 가장 크다는 전기전자 섹터 애널리스트도 200조원 안팎을 커버하는 정도잖아요. 채권시장이 요새 거래도 많이 줄고 어려운 환경에 있기는 하지만,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려 합니다.

▲A연구원 = 얼마전 한 채권 애널리스트가 회사를 옮겼잖아요. 여전히 이쪽 분야가 상품가치가 높다는 얘기 아닐까요.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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