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K해운을 보유한 SK그룹이 대한해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CJ대한통운을 앞세운 CJ그룹 등과 경쟁하게 됐다.

탱커와 가스선 등을 주력으로 하는 SK해운과 대표적인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의 조합은 외견상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육상과 해상 물류를 연결하려는 CJ그룹에 비해 시너지 면에서 뒤진다는 평가도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9일 SK그룹이 대한해운을 인수해 합병할 경우 SK해운의 사업 안정성을 되레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해운은 다각화된 선종을 보유하고 있으나 역시 주력은 탱커와 가스선 부문이다. SK에너지, SK가스, 한국가스공사와 15년에서 20년 동안 원가보상방식의 장기운송계약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고 있다.

SK해운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컨테이너와 벌크선사들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1년에 673억원,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40억원을 냈다. 이익 규모가 줄고 있으나 컨테이너와 벌크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국내 2위의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별도기준 2011년 1천468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인 대한해운은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846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수익악화는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으로 몰아간 단초가 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을 이용해야 할 SK그룹의 자체 물동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한해운 인수는 적자 사업체를 떠안는다는 의미"라며 "만약 SK해운과 합병할 경우 상대적으로 사업 안정성이 좋다는 SK해운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SK해운 사정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SK해운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 규모는 2천238억원인데 비해 총 차입금은 1조242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천%와 80%를 넘는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발행스프레드(화면 8455)에 따르면 SK해운은 지난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60~70bp 가량의 가산금리를 더 내야 했다. 그나마 사업 안정성과 SK그룹의 신용도를 배경으로 해운사 중에서는 나은 조건이었다.

더구나 대한해운은 지난해 3분기 말 지표상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양사를 당장 합병하지 않더라도 그룹 입장에서는 SK해운에 이어 또 하나의 관리해야 할 기업을 안게 되는 셈이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SK나 CJ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해운사를 인수할 기회이지만 시너지를 놓고 보면 SK보다는 CJ쪽에 무게가 실린다"며 "CJ가 국내 1위의 CJ대한통운의 육상 물류와 연결하고 벌크선을 이용할 자체 물동량(곡물)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 내에서 SK건설과 SK해운이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마당에 대한해운을 인수하는 것이 옳은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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