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 가장 큰 손으로 알려진 프랭클린 템플턴의 원화채 투자 패턴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주거래 창구로 이용했던 A외국계은행 서울지점 대신 B외은지점을 통해 통안채 등을 대거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B은행의 경우 과거 템플턴이 A은행과 거래하기 전 주요 거래 창구로 이용됐던 곳이어서 시장의 이목을 더욱 끌고 있다.

26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템플턴은 B은행을 통해 통안채를 대규모로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한주 간 총 1조8천억원에 이르는 통안채를 사들였는데, 이 중 상당수는 템플턴의 매집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템플턴의 매수세는 특히 지난 20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당시 입찰에 부쳐졌던 2년 만기의 통안채(통안0274-1502-02)를 1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템플턴의 당시 통안채 매수 과정에서 B외은지점이 주요 창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템플턴은 거의 동일 패턴으로 A외은지점과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A은행에서 외국인 주문 물량이 나올 경우 대부분 템플턴 자금으로 인식했었다.

B은행의 경우 과거 세일즈 인력들이 대거 A은행으로 넘어가면서 템플턴 주문 물량을 대부분 A은행으로 넘겨줬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템플턴과 B은행이 이번에 거래를 다시 체결한 데 대해B은행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템플턴 펀드 차원의 매수세 분산 목적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추정했다.

B은행은 템플턴의 물량을 받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거의 '제로' 수준에 맞출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템플턴과 거래를 해온 A은행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6~7bp의 수수료를 받아왔지만 올해는 그 절반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B은행은 1bp가량의 수수료를 책정해 템플턴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B은행이 템플턴에 넘긴 금리 수준이 통안채 입찰에서 받아온 낙찰 금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거의 '노마진'으로 거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B은행이 A은행 이전에 템플턴의 주요 거래 은행이었던 만큼 거래 계좌는 남아있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대형 주문들을 최근 몇 년 사이 A은행이 독점하다 싶이한 만큼 템플턴의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B은행이 템플턴 물량을 받을 당시 A은행도 일부 참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안채를 대규모로 사들이고자 했던 템플턴에서 한 은행당 통안채 입찰 한도가 있어서 두 개 은행으로 분산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B은행이 템플턴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bp 정도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물량 주문이 A은행이 아닌 B은행에서 거래됐지만, 템플턴이 주요 창구 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은행들의 공격적인 세일즈와 매수세 분산 목적 등으로 A은행의 독점 구도가 깨질 개연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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