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DCM(부채자본시장)의 '톱 티어(Top tier)'로 꼽히는 KB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KB증권과 우리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도 가장 폭넓은 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주관ㆍ인수업무를 양분하고 있을 정도의 치열한 경쟁 관계다.

두 증권사 DCM 부서간에 뭍밑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게 된 계기는 우리증권의 매각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해 내달부터 우리증권 매각 작업을 본격화 할 예정이고, KB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KB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만일 KB금융이 우리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KB증권과의 합병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증권사의 DCM 부서 실무자들이 영업상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매각을 주제로 한 얘기들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딜을 따내야 하는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우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주제다.

KB증권에서는 우리증권을 '매각될 증권사'로 거론하면서 은근히 딜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암시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게 우리증권의 주장이다.

우리증권 관계자는 31일 "영업을 위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그런 얘기들을 종종 듣곤한다"면서 "굳이 문제를 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B(투자은행)의 힘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는데 회사 주식이 팔리는 것이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기업들에 그간 쌓아온 경험과 실력으로 최선을 다해 딜을 진행시키겠다면서 더욱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그런 식의 부정적 마인드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에서 먼저 (우리증권 매각과 관련해) 물어보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렇다고 영업과 연관짓는 경우도 없고 우리가 얻을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KB증권과 우리증권이 만일 합쳐질 경우 '통합' 증권사의 DCM 능력과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을 기준으로 두 증권사의 일반회사채 주관업무 시장점유율 합산은 33% 정도다. 시장에 나오는 딜 셋 중 하나는 두 증권사가 도맡고 있다는 얘기다.

인수업무 시장점유율 합산도 22% 가량된다. 회사채 넷 중 하나를 두 개 증권사가 인수하는 셈이다.

하지만 두 증권사가 통합될 경우 수치 만큼의 시너지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스템과 영업, 딜 진행 방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으로 우리증권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치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증권과 우리파이낸셜, 우리F&I,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할 방침이다.

비은행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KB금융과 농협금융지주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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