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수·합병(M&A)이 잦은 그룹들만 고르는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2일 로펌의 한 M&A 변호사는 탄식했다.

M&A로 성장한 SK와 한화, CJ그룹의 총수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고 M&A 시장의 '큰 손'인 롯데쇼핑은 7월부터 특별 같은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유동성 위기로 그룹 해체의 길을 걷는 웅진, STX, 동양그룹 등도 M&A로 성장하고 위기를 맞은 기업집단이다.

중소형 딜의 강자로 불린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을 내놓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국세청의 칼끝이 효성그룹을 겨눴다.

효성그룹은 지난 5월 말부터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고 10월 초부터는 탈세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탈세와 배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 회장도 조만간 소환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다소 뜸했으나 효성도 중소형 M&A 시장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곳이다. 지난 2009년에는 당시 자산규모 8조원으로 13조원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효성은 최근 MBK파트너스가 내놓은 국내 1위 음료포장용기 제조업체인 테크팩솔루션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 초에는 비록 불참했으나 코웨이 수처리 사업부 인수후보 기업으로 분류된 바 있다.

그러나 뒤숭숭한 그룹 분위기는 지난달 8일 공시에도 엿볼 수 있었다.

효성은 이탈리아 타어어제조업체인 피렐리의 타이어보강재 사업부문 인수전 입찰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세무조사와 검찰의 압수수색, 조 회장 입원 등 무관한 사업상으로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세계 1위이자 유일한 종합 타이어보강재 제조사인 효성은 2006년 미국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자회사 유티카와 공장을, 2011년에는 역시 굿이어의 스틸코드 공장 2곳을 각각 매입하는 등 관련 사업 확대를 꾀해왔다.

조 회장 등이 구속될 경우 직간접적으로 효성의 M&A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M&A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금이 풍부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SK그룹은 회장 구속 이후 외부 인수보다는 내부 계열사 합병과 매각 등에 주력했다. SK E&S는 STX에너지 인수를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한화그룹은 ING생명 인수전(한화생명)에서 탈락하는 등 역시 뚜렷한 인수 실적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미국 유명 물류회사 인수(CJ대한통운)를 검토했다가 포기하는 등 그동안 확장일로에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롯데쇼핑도 자문사들이 제시한 매물에 대해 '나중에…' 라며 손을 내저은 것으로 전해졌다.

IB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가 M&A에 능숙한 총수나 경영진이 자금을 마련하면서 다양한 금융기법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타깃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횡령혐의로 전 회장이 구속된 태광그룹도 몇몇 굵직한 M&A로 주목을 받은 곳 아닌가"라고 말했다.

로펌 변호사는 "삼성과 LG, GS그룹 등 그동안 M&A에 보수적이었던 대기업집단이 과거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처럼 조금씩 살아나는 것으로 보였던 M&A 시장이 확실히 사모투자펀드(PEF)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우량매물로 비우량매물의 흥행차별도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