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올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단연 화제는 두산베어스다.

정규시즌 4위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를 잇따라 연파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삼성라이온즈와 펼친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도 다잡은 우승 트로피를 내려놔야 했지만 두산베어스의 저력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러한 두산베어스가 올 겨울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유계약(FA) 시장에 풀린 베테랑급 주전 선수들을 잡지 않았다. 미래의 4번타자 감이라는 선수를 다른 팀에 보냈고, 감독마저 경질해 버렸다.

'강한 프런트'를 천명하면서 파격행보를 보이는 듯 하지만 '준우승팀' 두산베어스의 팬들은 기대 보다 걱정이 앞선다.

두산베어스의 최근 모습과 두산그룹의 재무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룹 내 가장 골칫거리인 두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감자와 증자 추진에 나서면서 시장의 시선을 다시 한번 받았다.

이렇다 보니 두산베어스의 행보가 그룹내 재무 상황과 맥을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겨난다.

물론, 두산베어스의 재무상황은 국내 프로야구 토양이 마땅치 않은 탓에 취약한 구조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두산베어스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냈다. 구단의 지분 100%를 보유한 ㈜두산의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는 우량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몇 십억원을 절약하기 위해 '내년 목표가 꼴찌'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

두산베어스 프런트의 말처럼 대대적인 팀 '리빌딩' 차원의 탈바꿈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두산베어스의 행보는 과거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조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소형건설장비부문인 '밥캣(현 DII)'을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이후 두산그룹은 포장재 사업 계열인 테크팩의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했고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소주사업을 롯데에 넘겨 총 9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특히 테크팩 매각 과정에서 MBK가 인수자금의 절반 가량을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두산이 테크팩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부채로 떠넘긴 것을 인수키로 하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2009년에는 사모투자펀드(PEF)와 손잡고 설립한 두 개의 특수목적회사(SPC)에 한국항공우주(KAI) 지분을 비롯해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을 매각했다.

매각 규모만 7천800억원에 달했다. 두산그룹은 2천800억원을 출자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했다.

두산그룹은 과감한 알짜 자산 매각으로 부채비율 등을 낮추며 위기설을 잠재웠고 이후 밥캣 인수자금에 대한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상환부담도 덜었다. 심지어 해외 원천기술 보유업체를 인수해 사업 경쟁력도 높였다.

두산그룹의 이러한 사업 조정은 무리한 M&A로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들이 배워야 할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과 경쟁심화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사업 등 주요 사업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무적 위기의 불씨는 껐으나 실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완전한 확신을 주지는 못하는 셈이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는 과정에서 '인수 뿐만 아니고 매각과 사업조정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두산그룹도 여전히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있다는 게 M&A 업계의 평가다.

반대로 리빌딩 과정에서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는 두산베어스는 당장 내년부터 적어도 올해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두산베어스의 리빌딩이 과거 그룹의 과감한 계열사 매각을 연상케한다"면서도 "기업의 사업 조정은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면 성공이라고 하지만 스포츠 팬들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팀을 떠난 특정 선수에 대한 '팬심'이 맞물려 있어 두산베어스는 당장 내년부터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사업적 성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그룹과 달리 두산베어스가 단기간 성적으로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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