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 재산을 둘러싼 삼성가 유산소송은 피고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2심에서는 상속의 정당성도 인정받았다.

이재현 CJ그룹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도 소득이 없지 않다는 것이 10일 재계, 법조계 등의 의견이다. 소송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면 삼성가 장남으로서의 존재감을 충분히 알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유산소송에서 삼성과 CJ그룹의 전적은 1승1패, 무승부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CJ그룹은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의 유산소송을 '개인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어왔으나 양 그룹의 대결로 주목됐다. 실제로 양 그룹은 오너일가를 대변하며 사사건건 대립했다.

유산소송을 결과만 놓고 삼성그룹이 승리했다고 해도 양 그룹의 갈등을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보면 무승부다. CJ그룹이 삼성SDS에 맞서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상속 정당성 확보했지만

승소한 이건희 회장도 소송 과정에서 각종 잡음으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유산소송이 제기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물산 직원이 렌터카와 대포폰을 이용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 측은 그룹과 무관한 일이라고 했으나 세간의 시선은 따가웠다.

또, 이건희 회장은 소송이 제기된 지 두 달여가 지난 2012년 4월 이맹희 전 회장을 가리켜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 '감히 나보고 건희라고 부를 상대가 안된다'며 맹비난해 스스로도 흠집을 냈다.

그해 11월 고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에서 출입구와 한옥 사용을 놓고 양 그룹은 신경전을 벌였다.

유산소송 1심에서도 이건희 회장이 승소했으나 상속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었다. 당시 재판부 판결 요지는 '상속이 정당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상속권이 침해됐더라도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였다.

재계 관계자는 "2심 결과가 이건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그동안 불거진 일을 보면 '상처뿐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CJ그룹,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 승리…삼성그룹과 M&A서 또 겨룰까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벌어진 양 그룹의 갈등이 이듬해 이맹희 전 회장의 소송 제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포스코,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한창 검토하던 2011년 6월23일 삼성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삼성SDS가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웅진케미칼을 두고 LG와 GS그룹이 대결을 벌였듯이 사업상 필요하면 비록 과거 한 식구였다고 해도 선의의 경쟁은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삼성SDS는 단독참여가 아닌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경영권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물류IT 사업 확대와 그룹의 물류 역량 강화라면 옛 식구인 CJ그룹과 손을 잡아도 될 일이었다.

더구나 CJ그룹을 자문했던 삼성증권이 스스로 자문계약을 철회했다. CJ그룹의 인수전략·전술을 파악한 삼성증권의 이탈은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를 자극했다.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인수전 참여도 아니라고 해명했고 삼성SDS는 물동량이 많은 포스코와의 시너지를 크게 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어쨌든 CJ그룹은 예상을 넘은 가격으로 포스코와 삼성SDS 연합군을 물리쳤다. 당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자문했던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그 정도의 가격을 써낼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이재현 회장이 오기의 베팅을 한 셈이다.

삼성 측은 이후 대한통운이 기존에 다루던 물량을 거둬들이며 '앙금'이 남아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CJ그룹은 지난해 기존 계열 물류사인 CJ GLS와 대한통운을 합병하는 등 물류를 그룹의 성장동력을 삼고 키우는데 여념이 없다.

물론, 앞으로 양 그룹이 M&A나 사업상 다시 맞설 가능성은 물류부문을 제외하고는 크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은 CJ그룹의 완승이고 우려했던 재무부담도 크지 않았다"며 "삼성과 CJ그룹의 주력사업 영역이 너무 달라 앞으로 M&A서 다시 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삼성그룹이 물류 오프라인에 진출하면 국내외서 다시 겨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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