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는 짠돌이(?) =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말 '벤처 창업 지원 펀드'와 '문화 콘텐츠 펀드'를 각각 500억원씩, 총 1천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상생계획을 발표했다. 상생협의체 구성, 표준 계약서 제도 도입, 광고와 검색결과 구분 등이 대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더욱 비판을 가했다. 콘텐츠 독점 구조에 대한 개선책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이후에도 부동산 자체 매물정보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 종료, 콘텐츠 업체와의 상생협약, 공인중개사 매물광고비 인하, 외부업체 콘텐츠의 검색 개방 등 제법 고강도 대책을 잇달아 내놓아도 날 선 비판은 여전했다.

이러자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비판을 직접 규제로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상생을 앞세운 언론의 포털 때리기가 포털로부터 받는 콘텐츠 이용료가 포털의 광고수익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 의제설정권한을 독점하고 있던 일부 언론이 포털을 경쟁자로 보는 시각 등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다.

물론, 네이버가 시기 등을 고려하면 여러 비판에 떠밀려 대책을 내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돈만 밝히는 기업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네이버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항상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2012년에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유일하게 1%를 넘기기도 했다.

또,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해 'NEXT 학교'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네이버문화재단에서는 '우리학교마을도서관', '온스테이지'(인디뮤지션 발굴 사업), '어둠 속의 대화'(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5년에는 네티즌과 공익단체를 이어주는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을 열었고, 세계 장애인 재활대회 지원, 재래시장 활성화 지원, 한글 캠페인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네이버는 내부 직원들에게도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주요 자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98%를 넘는다. 300명 이상 사업자의 평균이 60% 중후반대임을 고려하면 무려 30%포인트 차이가 난다.

여성 직원 비율은 37%, 여성 임원 비율도 11%대로 타 기업보다 월등하다.



◇ 네이버는 영세상인들의 무덤(?) =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 종료 발표 후 '부동산114'가 압도적인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광고비 인상 등을 추진하며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이다.

공인중개사가 과거에는 네이버에 직접 매물을 등록했다. 10건까지는 무료였고 추가분은 건당 5천원 선이었다. 오는 5월부터 부동산114와 같은 정보업체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업계 1위 부동산114를 비롯해 부동산써브, 부동산뱅크 등 정보업체들은 회원 가입 비용 등을 인상하거나 새로 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별도 가입비를 내지 않고 매물을 올렸던 공인중개사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네이버가 오히려 시장을 키워 전문업체들에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웹소설의 경우 전문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시장을 크게 키우지 못하다가 네이버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용자 저변이 확대되고 콘텐츠도 풍부해졌다. 네이버가 웹툰을 통해 수백명의 작가를 이끌어 낸 것처럼, 웹소설가도 크게 늘어났다.

결국, 네이버 웹소설 뿐만 아니고 웹소설 전문업체들도 확대된 시장에서 원활한 수급을 누리게 됐다. .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떠난 자리를 대기업이 차지하면 중소 인터넷 경쟁업체나 대기업 사이트를 통해 사업을 벌이는 영세 사업자들은 더 힘들면 힘들었지 좋아진 것은 없다"며 "오픈마켓 등 돈이 된다는 인터넷 사업에는 대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독과점의 숙명…어렵지만 투트랙으로 = 물론, 검색시장의 강자인 네이버가 과거 자사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경쟁업체의 노출을 제한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일종의 독점업체의 끼워팔기라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 인터넷 업체들은 더욱 힘들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네이버는 늦었지만 일부 서비스 종료, 외부업체 콘텐츠 검색 개방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네이버 수뇌부의 마음은 조급하다. 구글 등 글로벌 업체와 경쟁이 날로 힘겨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6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구글에 비해 네이버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원 수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 소식을 전하는 구글과 어떻게 보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검색시장을 놓치면 연쇄적으로 충격이 온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앞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뒤에서 총질을 해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올 만 하다. 주요 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제한, 신규 순환출자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고 해도 중요한 수익원까지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네이버의 기초가 된 국내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진단도 있다. 국내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동반 발전을 도모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팬택 지분을 인수한 배경 중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력한 3등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었다는 분석도 곱씹어볼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오해가 쌓인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스크린골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골프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네이버도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도 규제보다는 국내 상생을 유도하고 해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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