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차원의 담합 근절에 삼성증권 직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담합 사전 차단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에서 이미 시행중인 '이메일 필터링 시스템 '과 '경쟁사 접촉 신고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은 연초 계열사의 잇따른 부당거래 적발로 곤란을 겪자 담합 관련 모니 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9일 그룹 차원의 답함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계열사인 삼성증권도 대상이다.

이 대책에는 특정인에게 메일을 보낼 때 제목과 내용에 특정 단어가 포함되면 메일 발송이 차단되는 이메일 필터링 시스템 도입이 담겨 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메일 제목이나 본문에 '가격', '수수료'와 같은 특정 용어가 쓰이면 발송이 안 된다.

또 다른 대책인 경쟁사 접촉 신고제는 삼성증권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불가피하게 경쟁사 직원과 만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 컴플라이언스팀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하는 제도다.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에 보고하지 못했다면 사후보고를 해야 한다.

경쟁사와의 접촉이 있었을 경우, 컴플라이언스 부서에 회의록을 제출하고 내용에 대한 사후 점검을 받아야 한다.

삼성증권은 현재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쟁사 접촉 신고제를 지난달 3일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이메일 필터링 시스템은 도입이 임박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메일 필터링은 현재 도입 준비중에 있고 다소 강제성을 띠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직원들이 성과를 내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막아준다는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 필터링 시스템'이나 '경쟁사 접촉 신고제'를 안 하면서 담합이 근절된다면 좋겠지만, 제도 도입으로 담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이를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측의 '까탈진' 담합 근절 대책에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대책의 효율성은 차치하더라도 회사가 개인의 업무 영역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직원들이 백보 양보했던 대책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대책이 오히려 차후 담합 사례 발생 시 회사 입장에서는 근원적 대책을 내놨다는 명분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실적 압박'과 '담합 근절 압박'이라는 쌍방의 부담이 고스란히 삼성증권 임직원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회사 차원에서는 자신들은 직원들의 담합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근거로 써먹기 좋다"면서 "담합 적발 시, 회사 지시가 아닌 실무자 단독으로 진행한 일이라며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담합에 대한 경각심을 준다는 차원에서 일부 개선 효과는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효용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타 증권사 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재영 기자)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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