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중저가 시장마저 경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마저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아이폰' 시리즈 출시 이후 맞닥뜨린 최악의 위기 타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서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중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4인치짜리 보급형 스마트폰(가칭 아이폰5se)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아이폰 시리즈보다 출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사실상 애플의 첫 보급형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성격에 비견될 만큼이나 유별난 자존심을 앞세워 아이폰이라는 단일 모델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 왔다.

고가 전략을 고집해 온 그간의 트랙 레코드를 감안하면, 애플의 이번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프리미엄 중심의 사업 전략에서 선회해 중저가 모델을 출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면 스마트폰 출시에 이은 또다른 파격인 셈이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후 5.5인치짜리 대화면 스마트폰(아이폰6 플러스)을 출시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도하던 패블릿(Phablet·휴대전화와 태블릿PC의 합성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는 잡스의 신념에 배치되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애플의 파격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자체의 성장 둔화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지난 분기 애플 아이폰 판매량은 7천480만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0.4% 판매량이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낮은 판매증가율이다.

이런 위기를 맞은 애플에 보급형 스마트폰은 성장 정체에 따른 위기를 타개할 묘수로 평가된다.

맞수인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를 절감하자 갤럭시A 등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는 우리나라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잖은 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 포화도가 낮고, 중국과 인도 등 시장 규모가 방대해 프리미엄 시장에 비해 업계 판도가 쉽게 뒤바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인도 등 신흥국에서는 애플 보급형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시장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애플은 최근 인도에 '애플 스토어'를 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보급형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는 중국뿐 아니라 삼성, LG 같은 우리나라 업체를 충분히 긴장시킬 만하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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