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 금융투자업계가 자산관리(WM)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고객 금융자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대우증권을 비롯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상품 경쟁력를 한층 강화하는 등 은행에서 잠자는 수신 자금과 은퇴 고객의 잠재 금융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은행권 예금을 금융투자업계로 끌어오는 게 증권사들의 1차적 목표인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증권사끼리의 고객 유치 경쟁이 아니다"라며 "은행과 증권업계의 싸움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가 감당할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고 증권업계 내부의 고객 유치전은 차후의 문제라는 얘기다.

대부분 증권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주식매매중개) 업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수익모델 확보를 통해 글로벌 IB(투자은행)로 도약하려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함종욱 우리투자증권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사실 큰 틀에서 볼 때 금융투자업계로의 자금 이동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면서 "다만 중간중간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추세가 꺾인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함 본부장은 "지금도 다시 회복 국면에 놓이게 됐다"면서 "주목할 점은 이동 추세가 꺾였다가 다시 이동하는 주기가 예전보다 짧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의 비중이 늘고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시점과 맞물려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금융투자상품에 예전보다는 과감히 돈을 내어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계 금융자산의 '실권'을 쥐고있는 중장년층의 금융투자업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전환시키느냐가 업계 전반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감당하는 리스크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게 현실"이라며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은행 예금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같은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에 담담한 반응이다.

은행권 전체에 모여있는 수신 규모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아직까지는 증권사의 금융투자상품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만큼의 위력을 갖췄다고 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규모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눈에 띄는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 증권업계의 움직임에 크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은행 상품과 비교해 증권사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주식투자 기능"이라며 "과거보다 증권사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기존 수신 규모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국내 일반 고객들이 아직까지는 은행 예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외국과 비교해도 주식 간접투자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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