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정통 하이닉스맨'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유임됐다.

실적 악화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인사태풍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결과다.

20나노(1nm=10억분의1m) 초반대를 향한 미세공정 전환과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수익 다변화 노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그룹은 9일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 C&C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CEO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SK는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이중 SK하이닉스만 37명(승진 5명·신규선임 32명)이 승진했다.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승진 인사가 이뤄지고, 대표이사인 박성욱 사장이 유임된 것은 비교적 짧은 재임 기간에 수익성 개선의 결과물을 내놨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나노 중반대의 D램 생산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고 현재 20나노 초반급 공정기술 개발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통상 연구개발(R&D) 완료 후 양산에 나서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 20나노대 초반급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공정 전환은 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집적도를 높인 칩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인데, 이를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박성욱 사장은 D램 사업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메모리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업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수익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10나노급 공정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낸드 메모리 단품을 완제품 형태로 조합한 솔루션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le 카드사업부를 인수했고, 연이어 벨라루스 민스크에 있는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했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D램 사업에 쏠려 있는 수익원을 낸드플래시로도 확대해 종합 메모리반도체 업체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낸드플래시 사업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이익을 냈다고 밝혔고, 박 사장도 "낸드 사업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존 사업 수익성 강화를 통한 수익 기반 다지기에 더불어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제품 출시로 수익원 확대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펄펄' 날았다.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한 견조한 수요도 실적 고공 행진에 한몫을 했다.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조3천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했다.

현금성자산은 4조원 가까이 비축해 신규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이미 3분기 누적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전성기를 이끌고있는 박성욱 사장은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로 입사해 지난해 2월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올해 3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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