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금융위원회가 초기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시장 신설 카드를 내놨지만 정작 시장 참가자가 될 전문투자자들은 실효성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거래소나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 유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개설된 프리보드 시장에 대한 관리도 효과적으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제2의 프리보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활한 자금조달 위한 제3의 시장 = 금융위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의 연내 개설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금융당국의 제3주식시장 개설 추진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혜택이 소수 중소기업에만 부여돼 소규모 벤처 또는 중소기업이 초기에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문 투자자들로 시장 참가 자격도 제한했다.

다만 장외에서 상대매매 방식을 통해 일부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프리보드 시장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이 열린다 하더라도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프리보드 시장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제2의 프리보드 우려' = 전문가들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장내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 여건을 줄 수 있다는 데 기대를 보였지만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목적으로 개설된 프리보드 시장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프리보드는 현재 63개 기업에 대해 하루 평균 1억5천만원 수준의 거래가 오가고 있다. 주간단위로 따져도 거래 대금은 6억원이 채 안 될 정도로 썰렁하다.

금투협 관계자는 "벤처붐이 불었을 당시 최대 프리보드에 200개사가 상장돼 하루에도 10억원이 넘는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지금은 우수 기업은 없는 시장으로 투자자들에게 각인돼 외면당하고 있다. 투자금이 형성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프리보드는 이미 투자심리와 시장 위축으로 회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프리보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활성화 시키면 되지 않겠냐"며 "프리보드 외의 별도의 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당국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기존에 수두룩한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들이나 프리보드 상장 기업들에 대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에 이 시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정자문인이 될 증권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워낙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한 상장 자문인 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앞서면 시장 활성화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사 한 관계자 역시 "오늘 나온 언론 보도로 봤을 때 기존의 프리보드 시장과의 차별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면서 "프리보드 기업에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데 코넥스 시장이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세부적인 제도 방안이 제시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