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지난 한 해 국내 기업들이 벌인 인수·합병(M&A) 규모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같은 외부 요인과 삼성, 현대차 등 재벌 기업의 경영권 승계 시점 도래 같은 내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의 '제로(0)' 금리 시대 종언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M&A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과 더불어 3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의 지배력 강화하려는 목적의 M&A가 활발했다.

11일 연합인포맥스의 '2015년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M&A 규모(IB의 재무 자문 실적 총계 기준)는 87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IB(투자은행)들이 재무 자문을 맡은 경영권 이전 거래와 기업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는 지분 인수도와 분할·합병, 사업부 이전 거래가 모두 포함됐다.

국내 기업간 거래뿐 아니라 국내와 해외 기업간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cross border) 거래까지 망라했다.

M&A 대금 납입까지 마무리되는 '완료' 시점이 지난해인 거래가 모두 포함됐고, 재무 자문사를 쓰지 않은 거래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산출된 M&A 규모 87조3천억원은 연합인포맥스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이래 가장 크다. 2014년에는 70조5천억원, 2013년에는 30조원이었다.

지난해 M&A 시장을 달궜던 굵직한 거래는 삼성과 현대차, LG, SK, 한화, 롯데와 같은 국내 재벌 기업들에서 대부분 나왔다.

글로벌 경기 냉각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자 기업들이 발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화와 롯데는 빅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섰고, 특히 삼성은 M&A를 통해 3세 경영권 승계와 같은 그룹 자체 이슈 해결에도 나섰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계열사 합병 등의 거래가 몇 차례 있었다.

SK C&C와 SK㈜ 합병과 같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 차원의 거래도 전체 거래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M&A 거래 가운데 3세 경영권 승계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목적의 M&A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던 삼성발(發) 거래가 두드러졌다.

전체 M&A 재무 자문 규모 87조원 가운데 23%(금액 기준)인 20조2천억원어치 규모의 거래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관여됐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일사천리로 추진해 성사시켰고, 화학·방산 4개 계열사 매각 거래도 마무리 지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브라질 프린팅솔루션업체인 심프레스를 인수했고, 삼성SDI는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의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정밀화학-삼성SDI의 전지소재 사업 양수도, 삼성SDS-크레듀의 교육콘텐츠사업 양수도, 삼성SDS-에스원의 시큐아이 지분 거래, 삼성정밀화학-삼성SDI의 삼성BP화학 지분 거래 등 계열사간 거래도 많았다.

삼성 계열사들이 관여된 것으로 집계된 20조원은 IB들의 재무 자문 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무 자문사를 쓰지 않고 내부 인력으로 진행한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M&A는 더 늘어난다.

삼성 외에 현대차그룹은 동부특수강과 SPP율촌에너지 등을 인수해 수직계열 체제를 강화했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도 마무리 지었다.

LG그룹 계열의 범한판토스는 LG전자가 가지고 있던 하이로지스틱스 지분을 넘겨받았다. 롯데그룹은 KT렌탈을 사들였다.

그룹 내 계열사들 간의 지분 정리를 통해 기존 사업군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M&A를 단행한 사례들이다.

이처럼 M&A가 지난해에 유독 활발했던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M&A 전문업체 머저마켓(Mergermarket)은 지난해 M&A 규모가 3조8천200억달러(약 4천37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07년 이후 최고치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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