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저점 매수와 외환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탄탄하게 유입됐지만 달러화 레벨은 차츰 낮아졌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일시적인 반등에도 이내 반락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종가기준으로 7월 6일 1,157.40원을 기록한 후 13거래일간 1,110원대로 하락하면서 반등한 것은 불과 3거래일에 그쳤다.

달러화는 지난 11일 1.60원, 20일에 4.90원 반등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날 서울환시에서 다시금 반등세를 보였다.

달러화 하락폭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달러화는 당국 개입에 하락속도를 늦췄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쏟아지는 약세 재료…FOMC는 글쎄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하락한 이유로는 달러 강세 재료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점이 꼽혔다.

달러화 저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도 섣불리 달러화 상승에 베팅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셈이다.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옮겨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수사 범위를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및 측근의 사업과 금융거래로까지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특검에 대한 뒷조사를 지시하면서 양측을 둘러싼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원화 약세를 유발했던 북한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달러화 하락세에 속도를 더했다.

오는 2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도 달러화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지표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그 다음 날 발표되는 만큼 특별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된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경제지표들의 회복세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어 정책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FOMC 회의를 앞두고 물가지표의 부진이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에 역외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왔다"며 "전반적으로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인 반등은 매도 타이밍"…추가 하락 기대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자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 일별추이(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당국 추정 매수세에 달러화가 급반등하자 2~3분 만에 약 6천계약을 순매도했다.

평소 계약 수가 매분 십 단위 혹은 백 단위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짧은 시간 안에 폭증했다고 볼 수 있다.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에 따라 일시적인 반등을 매도 타이밍으로 활용한 것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통화선물 시장과 역외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매도를 이어가며 달러화 하락을 이끌었다"며 "당국 추정 매수 이후에 외국인들의 추가 매도세가 이어진 것은 이들이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달러화 하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저점을 인식한 수입업체 결제수요도 부진하다.

민 연구원은 "달러화 상승을 이끌만한 재료가 없는데 수입업체들이 굳이 서둘러 결제할 필요는 없다"며 "이들은 저점이 확인되고 달러화가 소폭 반등하면 그때 결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달러화 약세에 수입업체들이 여유가 생겨 지금 레벨에서 저점 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에서는 매도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말로 접어들어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나올 것이므로 당국 의지에 따라 속도 조절이 되더라도 달러화 방향은 아래쪽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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