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세 마리의 '회색 코뿔소'가 과도한 부채, 유동성 감소, 법치 부재라고 진단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가 이 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위협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이미 경고된 사건이 예상대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작은 위험 요인들을 무시하다가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사태를 의미한다.

◇과도한 부채

전문가들은 중국이 직면한 첫 번째 '회색 코뿔소'로 높은 수준의 부채를 꼽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신용에 의존한 성장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8%로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의 부채가 GDP 대비 156%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68%에 달하는 중국의 부채는 신흥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JP모건은 중국에서 올해 중국의 신규 대출 60%는 과거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발행됐다고 분석했다.

지나치게 큰 부채의 규모가 관리가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의미다.

크리스토퍼 발딩 북경대 교수는 "고통스러운 수준까지의 디레버리징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아직도 부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동성 감소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두 번째 '회색 코뿔소'로 유동성 감소를 지적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본보다 유출되는 자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통제하는 등 자본 유출을 막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본 유출 압박은 여전한 추세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국제수지는 올해 1분기에 210억 달러(약 23조4천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천610억 달러(179조5천억 원)에 달하는 작년 4분기 적자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국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SCMP는 중국의 주요한 '돈줄'인 외환 보유액이 당분간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중국의 자본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매체는 중국 당국의 은행 간 대출과 부외거래 규제 등으로 소규모 은행들의 대출 능력이 감소한 점도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줄리앙 에번스-프리차드 캐피털이코노믹스(CE)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자금 조달 규제는 소규모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소규모 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법치 부재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마지막 '회색 코뿔소'는 법치주의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사법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부채 증가나 유동성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쉬 청강 홍콩대학교 교수는 "중국에서 '규제'라는 단어가 오용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규제'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직접 시장을 조작하는 정부의 입김이 중국 경제의 본질적인 위험 요소라는 것이다.

매체는 중국의 사법 기관과 언론이 정부에서 독립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중국의 경제 발전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2015년 중국 주가가 40%가량 폭락했던 때에도 중국 공산당이 언론과 공모해 강세장을 유도했다며, 법에 의한 통치가 중국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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