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롯데그룹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호텔롯데 기업가치가 낮아지면서 IPO 일정이 연기된 탓이다.

또 IPO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시네마의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쇼핑이 시네마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할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에 현물출자하려고 한 금액의 기준이 되는 시네마 사업부문의 영업권이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뇌물공여 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계열사 IPO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 법원, 롯데시네마 분할에 제동…IPO 일정 '차질'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시네마를 연내 분할하고 내년에 IPO 절차를 밟으려고 했으나, 이 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롯네시네마를 설립한 뒤 시네마 사업부문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롯데시네마를 100%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IPO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의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를 분할하는 것은 롯데시네마 상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롯데시네마가 분할되면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향후 롯데시네마가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월 31일 현물 출자금액 3천516억원의 기준이 되는 시네마 사업부문의 영업권이 고평가됐다며 불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롯데쇼핑은 시네마 사업부문의 영업권 재평가를 거쳐 현물출자 금액을 3천278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11월 30일 또다시 불허했다.

◇ '사드 후폭풍'에 호텔롯데 IPO 연기

호텔롯데 IPO 시기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일본 계열회사의 지분율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지난해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6월 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호텔롯데는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검찰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호텔롯데는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다.

실제 호텔롯데가 지난해 6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방식으로 산정한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약 12조9천231억원이다. 호텔롯데 영업가치 중에서 면세부문 영업가치가 12조47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면세부문 영업가치는 5조9천413억원에 불과하다.

◇ 신동빈 회장 실형 위기감도 가중

롯데그룹 계열사의 IPO가 향후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칫 옥고(獄苦)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은 전날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신 회장은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관련 재판에서도 총수일가에 500억원대 '공짜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바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경영비리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신동빈 회장의 유죄 판결과 실형 선고는 계열사 IPO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기업 상장심사 요건은 형식적 심사요건과 질적 심사요건으로 구성되는데, 거래소가 질적 심사요건에서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심사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경영비리 혐의 등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상장심사 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 로고. 롯데그룹 제공>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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