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수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미국이 요청하는 정도의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감소시키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의 농장과 공장이 백악관이 요청하는 정도로 생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1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는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 제품을 대량구매 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후 제기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무역 수지는 거시 경제적인 흐름과 국가의 전반적인 소비 등과 연관돼 있고, 무역 정책의 변동이나 특정한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도 이미 생산시설을 완전히 가동하고 있는 미국이 2천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메꿀 만큼 생산량을 추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채드 브라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펠로우는 "미국의 생산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면서 "아직 사용되지 않은 미국 생산 여력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웨이젠궈 전 중국 상무부 장관도 "중국에 특정 시한을 주고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비판했다.

WSJ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보잉 항공기 수입 확대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보잉의 기존 주문량이 5천800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중국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정을 변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잉 측에서는 무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논의에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현실적으로는 보잉이 연간 중국에 제트기 수출을 10대 늘리는 수준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액화천연가스의 수출을 늘리는 것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가동 중인 LNG 수출 터미널은 두 곳에 불과하다.

만약 미국이 액화천연가스의 수출을 늘려 200억 달러의 추가 수출을 한다고 해도, 중국이 그 수출 전량을 수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중국 측이 제안하고 있는 미 반도체 수입 확대도 미국의 공급체인 구조에 혼란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은 477억 달러어치의 컴퓨터 칩을 수출했다. 수출량 대다수는 중국 외 아시아 국가로 수출돼 테스트·부품 조합 과정을 거치고 중국으로 배송돼 컴퓨터 제품으로 생산됐다.

중국으로 직접 컴퓨터 칩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중간 테스트 과정과 조립 과정을 중국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기존의 공급체인이 파괴되고 중국의 반도체시장이 성장하게 된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중국의 성장을 경계하며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한 규제를 펴는 미국이 이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품목 선정에서 양국의 불협화음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에 대한 중국의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WSJ은 소식통을 인용, 이달 3~4일 중국에서 진행된 미중 1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미 양방이 협의를 통해 건설적인 성과를 내기 바란다"면서도 "중국은 중국의 핵심 이해를 대상으로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해결을 위해 자국의 첨단 산업 분야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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