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주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주주환원율'이 높아져야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 의결하고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스튜어드십코드를 사실상 이달 안에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고자 만든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범을 말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서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선언으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다시 국내증시 밸류에이션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12개월 선행 이익 기준 코스피 PER은 9배 수준이다. 미국(17.5배)과 일본(16.4배) 등 선진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외국인 보유 비중 등 증시 구조가 비슷한 대만증시 선행 PER 13.9배에도 못 미친다.

국내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1951년 이후 주주환원율과 PER 간 상관계수는 0.65 이상이었다. 주주환원율이 높아질수록 PER도 상승했다. 주주환원율은 기업 세후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내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로 국내증시의 주주환원율도 높아질 수 있어 궁극적으로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역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다. 일본 토픽스(TOPIX) 배당성향은 2014년 초 26.1%에서 코드 도입 후 2016년 말 30.3%로 상승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50%에 가까운 기업이익 증가율 덕분에 박스권을 상승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이익 증가는 지난해 대비 5~10%에 그칠 전망이라, 이 변수만 놓고 보면 주가 상승 동력이 크지 않다.

노동길 신한금투 연구원은 "이익 증가율 둔화로 코스피 상승 동력을 밸류에이션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도입이 국내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크고, 국내 기업 주주환원율 상승으로 PER 리레이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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