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SK실트론 지분인수는 법위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이민재 기자 = 올해 상반기 SK실트론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사 기회유용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SK와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LG실트론 지분을 각각 71.6%, 29.4% 인수했다. SK가 실트론 지분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최태원 회장이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을 두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 회장이 회사(SK) 기회를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SK가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실트론 영업이익과 기업가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 SK실트론 이익급증에 기회유용 논란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실트론은 연결기준 매출액 6천223억원, 영업이익 1천779억원, 순이익 1천3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1.3%, 317.2%, 397.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천327억원)보다 많다. 기간을 넓혀보면 SK실트론의 영업이익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SK실트론은 2013년 영업손실 180억원, 2014년 영업손실 348억원, 2015년 54억원, 2016년 340억원을 기록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급성장했다. SK실트론 기업가치도 상승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SK실트론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 EV/EBITDA 8.1배를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SK실트론 기업가치는 작년 1조9천516억원에서 올해 3조8천305억원이 된다.

이처럼 SK실트론이 성장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회사 기회유용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했다.

앞서 SK는 지난해 1월 이사회를 열고 LG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6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같은 해 4월 6일 SK는 KTB PE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 19.6%를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통해 확보했다.

같은 달 24일 최태원 회장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보유한 실트론 지분 29.4%를 TRS 방식으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SK와 최태원 회장은 실트론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문제는 최태원 회장이 실트론 지분을 취득하면서 발생했다.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후 잔여 지분을 확보할 때 실트론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는 실트론 잔여 지분 49% 중 19.6%만 매입했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취득했다. 이 때문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회사 기회를 유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실트론 기업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SK가 잔여 지분을 전부 사지 않은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 채이배 의원·경제개혁연대 문제제기

채이배 의원은 최태원 회장이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상법 제397조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금지)에 따르면 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 안 된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그 행위 중 하나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다.

채이배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TRS 방식으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이 '회사 기회유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상조 위원장에게 "회사 기회유용 문제를 조사하고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해 11월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공정위에 전달하면서 조사를 요청했다.

올해 상반기 SK실트론 영업이익 급증하자 채이배 의원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며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채 의원은 "SK실트론은 상반기 영업이익 1천77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천327억원)을 넘어섰다"며 "작년 국감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태원 회장은 2~3년 만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태원 회장은 2014년 SK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SK C&C 지분을 60억원에 매입해 6조원 이상의 사적이익을 편취한 전력이 있다"면서 "이는 입법자와 법 집행당국을 기망하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당시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실트론 지분을 확보했다"며 "이 때문에 투자재원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