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타결한 무역 전쟁의 '일시휴전'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회담 결과가 차이를 나타내고 있고, 양 정상 간의 '일시휴전' 선언의 모호함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 90일 동안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무역관행을 개선하고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문제 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역 전쟁 일시휴전에 환호하던 투자자들이 단 하루 만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모두 전장대비 3% 이상 내린 수준에서 폭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내용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추후 무역 협상을 위해 제시한 90일이라는 시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국내 시장과 인민의 수요에 따라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으로부터 시장에 수요에 맞는 사품을 사들여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점차 완화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지만, 미국산 농산품 수입을 '즉시' 개시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중국은 우리(미국) 농산물을 즉각 구매하기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를 삭감하거나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 측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WP는 미중 정상회담 후 양국이 발표한 성명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보인다면서, 중국 관료들은 회담을 처리하는 미국 행정부의 방식에 '당황하고 화가 난'(puzzled and irritated) 상태라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정상회담 후 48시간 동안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측에서 쏟아진 발언이 중국 무역 협상 담당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WP가 인용한 중국 측과 연락하는 미 전 관료는 "중국과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이 양보한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마이클 필스버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을 인용해 미중 정상 간의 협상에 대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스버리 소장은 사안에 정통한 중국 측 인사로부터 미국은 중국이 언급한 바 없는 양보안을 공개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중국은 '즉시' 미국산 농산품의 수입을 늘리고 , '즉시' 산업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필스버리 소장은 최종적인 양보안과 양측이 동의한 서면으로 작성된 성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측이 중국의 제시안을 공개하는 것은 미국이 지난 40년간 피해온 관행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상을 다루는 방식은 미국 선임 관료들조차도 이 협상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는 주장이다.

전 거래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미중 무역 협상 시간표를 재차 번복·정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90일 휴전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로 시작된다고 했으나, 백악관이 이후 이달 1일 이미 시작됐다고 정정한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일시휴전' 합의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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