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전 인민은행 정책위원이자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중국 정부가 특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수성하는 것이 중국의 우선적인 정책 과제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혁신 등을 이루거나 양질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것보다는 당장의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 수성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유용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한 언론에 "우리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는 악화할 것이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은 "만약 특정한 수준의 경제 성장 속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구조적 조정이나 경제 시스템 개혁은 근거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위원의 발언은 최근 중국의 경제 석학과 관료들이 강조해 온 바와는 다소 대비된다.

중국 지도부와 관료는 중국이 고속의 경제 성장에서 양질의 경제 성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경제 성장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성장률 하락은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유 위원은 "우리가 경제 성장의 속도보다 성장의 질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이와 같은 혁신과 조정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은 즉각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즉각적인 경기 둔화와 경제 하방 압력에 대응해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위원은 올해 지도부가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고,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해 경제성장률을 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상의 수준으로 용인해야 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중국 내 최대 민간 전략 싱크탱크인 안바운드 컨설팅의 첸 공 수석 연구원도 최근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며 중국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한 리서치 노트에서 중국이 경제에 대한 진실을 직면하고, 6%의 경제성장률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만약 중국의 공식 경제성장률이 6% 이하로 떨어진다면, 모든 것은 이미 늦은 일이 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의 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 연구원은 "(6% 미만의 경제성장률은) 다양한 문제를 드러낼 것"이라며 "다수의 정책이 중단돼야 할 것이고, 정책 방향이 수정돼야 할 것이며 관료들은 허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중국 경제학자와 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심리적인 지지선인 6%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UBS는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5.5%로 추락해 2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의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6.5% 증가하는 데 그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6.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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