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부총리 '특사' 자격…필요하면 권한 행사할 수도"

"미, 기술 이전·보조금 지급 중단 명목으로 중국 압박"

"류 부총리 약속사항 일부 협상안에는 반영 안 돼"



(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장관급 무역협상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을 부여받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류 부총리는 이번 장관급 무역협상에서 시 주석의 특사 자격을 받았다.

이는 류 부총리가 필요할 경우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특사 자격으로 적절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류 부총리는 지난해 5월 무역 담판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특사 자격을 부여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무역협상 당시에는 특사 자격을 받지 않았었다.

백악관은 류 부총리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회동한다고 이날 확인했다.

WSJ은 미국 측이 류 부총리가 미국의 요구사항을 수락하도록 중국을 설득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WSJ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협상단은 일부 근본적인 이슈에 대해 큰 입장차를 여전히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불법적인 기술이전과 국유기업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국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동의했지만, 아직 중단할 보조금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 중국 측은 미국산 대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등 농산물과 에너지 상품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의 약속사항 이행을 보장하는 데도 양측간의 기 싸움이 이어질 수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것을 종이 한장에 적는 것은 하나의 일이고, 이행 메커니즘을 가지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면서 "나는 우리의 무역 팀이 미국인들이 그것(이행 메커니즘)을 가지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한편, WSJ은 시 주석과 류 부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일부 요구사항은 중국 내부적으로도 반대에 직면하고 있으며 비우호적인 국내 여론이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류 부총리는 무역협상 자리에 각 기관의 관리자를 배석시켜 협상에 대한 단독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미국 정부의 자문인 마이클 필스버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류 부총리가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무역협상에서 '관료제 합의'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스버리 소장은 "그(류허)는 합의를 강화하기 위해 독대하는 것을 명석하게 피한다"면서 "중국 측은 팀으로서만 (미국을) 만나고, 그(류허)는 모든 기관 이익(관계자)을 그와 함께 데려갔다"고 말했다.

중국 측 협상 대표단에는 류허 부총리뿐만 아니라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 랴오민(廖岷) 재정부 부부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류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한 약속이 현재 협상안에는 완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이 같은 불일치로 미국 협상단 내부에서는 류 부총리가 미국 측을 전략적으로 안도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혹은 필수적인 변화에 대해 중국 협상단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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