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 회사원 A씨(36세)는 내 집 마련이 간절한 무주택자다. 하루 빨리 전셋집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그런데 A씨는 내 집 마련에 앞서 전셋집 계약기간이 2개월 후에는 끝난다. 아직까지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에 관한 통지는 받지 못했다. 한편 A씨는 기왕이면 출퇴근이 편리한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주말이면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셋집은 없고 월셋집만 수두룩할 뿐이다. 하지만 월셋집은 주거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선뜻 계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도 월셋집으로 이사를 가야 되는지, 아니면 기존 전셋집에 재계약을 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해야 되는지 고민에 빠졌다.

KB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달 100.8(기준 100=2019.1),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02.4와 101.9를 기록했다. 전세가격은 아파트 3만300가구, 단독주택 2천300가구, 연립주택 1천700가구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 지수(99.2)대비 1.6%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101.1)과 수도권(99.5)의 경우에도 각각 1.3%와 2.4%가 오른 상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전세제도가 있다. 그런데 임대차시장에서 전셋집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토연구원 '2019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를 비롯해 다세대주택과 주거형 오피스텔 등을 모두 포함한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0.3%, 전세 비중은 39.7%로, 월세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게 사다리인데 중간에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셋집이란 주택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맡기고, 타인의 주택에 계약기간 동안 거주한 후에는 그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1981년 3월 5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당시 법의 골자는 기존 임대차 기간을 6개월에서 최소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여기에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대항력을 부여해 주었다. 그 후, 여려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소액보증금, 임대차 최소기한을 2년, 임차권등기, 전세의 월세전환 이자율 등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난 7월 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서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임대차기간이 2년에서 4년(2+2)까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을 할 때에 전세 및 월세의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주택의 매매시세와 전세가격은 비슷하게 움직인다. 물론 IMF나 금융위기 때에는 역전세로 어려움을 겪은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는 유독 전셋값만 상승하는 지역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예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현상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초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상황에서 전셋돈을 운영해봐야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원을 받아 정기예금으로 운영하면 연간 수익은 100만원(이율 1%) 정도 나온다. 하지만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연간 480만원 정도 수익(수익률 4.8%)이 생긴다.

또한 보유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임대인은 보유세 부담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실거주 기간이 늘어난 점도 있다. 주택을 매수하면 2년 동안 실거주를 해야만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당연히 실거주 기간에는 전세매물이 잠길 수 있다는 뜻이다.

원칙적으로 전세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 전셋집 매물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전세가격도 강보합이 예상된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거비용을 줄여 목돈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고 있다. 출퇴근이 다소 불편해도 기존 전셋집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통해 재계약을 마치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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