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가 잇달아 주식분할을 발표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미국 증시의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끌면서 국내에서도 주식 분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인 애플이 7월 30일 장마감 이후 4대 1의 주식분할을 발표한 데 이어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도 8월 11일 5대 1의 주식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양사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테슬라 주가는 8월 20일 2천달러를 돌파하여 '이천슬라'라는 별칭을 얻었고 애플도 같은 날 473.10달러로 거래를 마쳐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의 주식분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1987년, 2000년, 2005년에 각각 2대 1 주식분할을 실시했고 2014년 7대 1의 주식분할을 거쳐 이번까지 총 5회를 실시했다.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9회), 코카콜라(9회), 월마트(9회), 포드(8회), 스타벅스(7회), 아마존(3회)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주식분할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애플 주가는 2014년 6월 주식분할 당시 635달러까지 치솟았는데 7대 1의 주식분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다시 400달러를 넘자 이번에도 주식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식분할 후 낮아진 주가가 재차 상승해 분할 전 가격에 근접하고 배당수익률이 떨어지면 다시 주식분할을 단행한다. 즉 주식분할 이후에도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력 제고, 주주가치 향상을 통해 계속 성장하고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을 투자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코카콜라 역시 주가가 어느 정도 비싸졌다고 판단하면 주식분할을 단행한다. 1977년 이후 총 9번의 주식분할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꾸준히 50달러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최근 5년간 평균 3% 정도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과거 해외 판매량에 대한 세금부과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였으나 2016년 98%였던 배당성향을 510%까지 높이면서 기존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했다. 일견 무리한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주입장에서는 한번 약속한 배당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기업은 왜 반복적으로 주식분할을 단행하는 것일까. 또 주식분할로 낮아진 주가는 어떻게 원래의 수준으로 회복되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주식분할이 단순히 주주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정책, 특히 배당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오랜 고민의 결과라는 점이다. 미국기업은 목표 배당수익률을 정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주가가 상승하여 배당수익률이 떨어지면 배당을 늘리거나 주식분할을 통해 배당수익률을 유지한다.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해 오던 기업이 배당을 축소하면 투자자는 그 기업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주가변동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미래 기업경영에 대한 주요한 판단정보가 된다. 따라서 기업이 배당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향후 수년간 기업경영에 자신이 있다는 신호이며, 배당을 줄이는 것은 향후 기업경영활동이 여의치 않다는 시그널이 되기 때문에 기업은 한번 설정한 배당정책을 여간해서는 변경하지 않는다. 미국의 우량기업에서 주식분할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재준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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