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리라 환율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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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튀르키예(터키) 경제는 최근 자국 통화인 리라화 가치 폭락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리라화 폭락으로 대외 부채 의존도가 높은 터키 경제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는 자국 통화 가치 급락과 함께 달러 부채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30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42% 하락했다.

지난 1월 3일 12.74달러였던 달러-리라 환율은 이날 기준 18.27리라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터키 경제 휘청…화폐가치 폭락·물가 급등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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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가파르게 올라 전날 장중 109선을 돌파하며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터키 중앙은행(CBRT)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며 리라화 가치의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CBRT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금리 인하에 나선 당일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18.1리라까지 고꾸라지며 종가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자국의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급락하면 해당 정부나 기업 등 외화 대출 기관들은 이자와 원금 상환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특히 최근 달러 가치가 폭등하면서 터키 정부의 달러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가뜩이나 터키는 외화 부채를 불리며 성장세를 끌어올린 국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경제 부양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동안 터키는 외화 부채를 크게 늘렸다.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국가가 달러채 비중을 GDP의 2% 이내로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합인포맥스가 'IHS 마켓 채권' 데이터(화면번호 4010, 4011)를 입수해 터키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의 잔액 규모를 집계한 결과, 약 705억4천522만 달러(약 94조9천5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정부가 오는 9월 이후로 연내 갚아야 하는 이자 규모는 16억1천234만3천750달러(약 2조1천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터키 달러 국채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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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터키 정부가 발행한 달러채로 한정했을 경우에 그치는 규모다. 터키 기업과 은행들이 발행한 전체 외화 부채로 기준을 넓혀 살펴보면 부채 규모는 더욱 커진다.

외국계 경제 전망기관인 CEIC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터키의 대외 채무는 4천512억 달러(약 607조3천200억 원)로, 전 분기(4천425억 달러·595조6천억 원)보다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터키 국내총생산(GDP)인 8천152억7천만 달러(약 1천97조3천500억 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현지 언론들은 터키 정부와 은행, 기업들이 올해 남은 기간 외화채 상환에 있어 까다로운 일정에 맞닥뜨려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리라화 가치 폭락과 경제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돈을 빼내면서 외화 차입 비용이 지난해 대비 두 배나 늘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터키의 달러채 가격을 보면 터키가 처한 디폴트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발행 잔액이 35억 달러에 달하며 2047년 5월 11일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채의 가격은 올 초 달러당 95센트에서 꾸준히 떨어져 전날 기준 달러당 63센트 선에 머물렀다.

이는 채권이 발행된 2017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고,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 국채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터키 달러 국채(2047년 5월 만기) 가격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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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부채의 부실은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터키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터키의 금융위기는 유럽 등 해외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터키 피리레이스대학의 에르한 아슬라노울루 부총장은 "터키 금융 기관들은 빚을 굴리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중요한 대안이 되었다"며 "이런 식으로 갈 기관들이 여럿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 등은 터키에 투기 등급을 매기고 있다.

피치는 지난 7월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의 신용평가 체계에서 B+와 B는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월 터키 신용등급을 종전의 'B2'에서 'B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B3 등급 역시 투자 부적격 등급에 속한다.

다만, 최근 해외 관광객 재유입과 수출업체를 통한 외화 수입 등으로 최근 터키의 외화보유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지난달 러시아 국영 원전업체 로사톰도 터키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 터키에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터키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7월 초 이후 약 세 배 급증한 157억 달러(약 21조1천300억 원)로 추정된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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