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달러화 강세,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올해 들어 14% 이상 올랐다.
 

올해 달러인덱스 변화 추이

 

 


'킹달러' 움직임에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파키스탄 통화인 루피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33% 넘게 내렸고, 방글라 통화인 타카는 약 17% 하락했다.

라오스 통화 킵도 같은 기간 30% 넘게 밀렸다.

달러 강세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등 여러 국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이들도 스리랑카처럼 디폴트에 빠져 남아시아 국가의 연쇄 부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
파키스탄은 대외부채 규모가 1천300억 달러(한화 약 181조 원) 이상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등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하던 와중에 달러화 강세로 대외부채도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몬순 폭우로 인해 사상 최악의 홍수까지 겪었다.

유엔은 파키스탄 홍수 피해 규모를 약 300억 달러로 잠정 집계했는데 이는 2021년 파키스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9% 규모에 해당한다.

세수의 40%를 이자 상환에 쓰는 상황까지 온 파키스탄은 결국 지난 8월 IMF로부터 11억7천만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다.

파키스탄의 디폴트 우려는 CDS 프리미엄에 단적으로 반영돼있다.

CDS는 정부의 디폴트에 보험을 드는 신용파생상품 중 하나로,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국가부도 위험을 크게 본다는 의미다.

파키스탄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 559.31이었으나 최근 1,917.59까지 치솟았다.

 

 

 

 

 

파키스탄 CDS 프리미엄 연초 대비 변화 추이

 

 


디폴트 우려는 파키스탄 달러채 가격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발행 잔액 14억 달러의 오는 2031년 4월 만기 파키스탄 달러채 가격은 지난해 9월 달러당 100센트를 웃돌았으나 올해 들어 내리막을 걸었다.

올해 8월 IMF 구제금융 승인 후 잠시 반등했으나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내리막을 걸으면서 최근에는 약 48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파키스탄 달러채 가격 변화 추이

 

 


◇ 방글라데시·라오스
IMF에 손을 벌린 것은 파키스탄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는 지난 7월 IMF에 45억 달러 규모의 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방글라데시는 부도 상황에서 투입되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취약국 지원을 위한 장기기금인 회복지속가능성기금(RST)을 고려하고 있어 위기에 앞선 선제 조치에 가깝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부채 부담이 절대로 작지는 않다.

올해 6월 말 기준 방글라데시의 총 대외부채 규모는 945억 달러(한화 약 132조 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식품 가격, 에너지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대외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원유, 석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지난달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전력 생산을 감축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달러화 강세로 대외부채가 불어나는 동시에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외환보유액은 2021년 8월 사상 최고치인 480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 12일에는 371억3천만 달러로 급감했다.

라오스의 경우 공공 부채 규모가 145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로 GDP의 88%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국에 진 빚이다.

심지어 2025년까지 매년 약 13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이는 라오스의 외환보유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호주 내셔널 대학의 그레그 레이먼드 교수는 "라오스 부채 부담의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을 부채로 조달하겠다는 정부 결정 때문"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은 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라오스 통화가치가 급락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라오스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강등했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은 원자재 가격 급등, 타이트해진 글로벌 자금 조달 환경 등으로 인한 대외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라오스의 대외부채 상황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 낮은 외환보유액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체 부채의 90%가 외화 표시기준인데 라오스 통화가치는 달러화와 비교했을 때 지난 몇 년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라오스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2020년 73%에서 2022년 108%로 급증할 것"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6월 라오스 신용등급을 'CCC'에서 'Caa3'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부채 부담이 크고 외환보유액으로 대외 부채 만기를 커버하기에 부족하다"면서 "디폴트 리스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신용등급 변화 추이

 

 


최근 남아시아 국가가 유독 취약해진 것과 관련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티브 코크레인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남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다른 국가만큼 어려움을 겪지 않아 올해 최악의 위기에서 보호해줄 만한 경제적 개혁을 당시 취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은 경제 정책 입안을 개선하기보다 IMF, 채권단 등과 끊임없이 협상만 할 뿐 영구적인 정책 변화라는 결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채 부담이 남아시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동유럽의 세르비아는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가 3%의 금리로 1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대기성 차관을 받기 위한 회담을 진행 중이다.

피치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외채는 약 190억 달러에 달한다.

jw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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