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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환율 때문 아니겠어요?"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11월 초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외화채 발행 확대 방안을 논의한 이후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국내 자금시장의 경색을 극대화한 당시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의 외화채 발행을 장려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움직임에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외화채 발행사들은 기대를 키웠다. 외화채 발행 확대는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숙원사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A 여전사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어 국내 채권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여전사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하나 더 생기면 반길 수밖에 없다"며 "금리와 환율 등 매번 상황이 다르겠지만 역량만 있으면 더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화채 발행사들의 시선이 쏠린 건 기획재정부다. 외환 당국인 기재부가 사실상 국내 기업의 외화채 발행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외화채 발행을 위해선 기재부로부터 북빌딩(수요예측) 일정을 지정한 윈도우(window)를 받아야 한다. 기재부는 당시 '외화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시 외화채 확대 논의에 앞서 금융당국이 기재부와 교감하지 않았겠냐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자금 시장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금융당국과 11월 초 1,400원대를 넘어선 '역대급' 환율을 관리해야 하는 기재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발행사가 외화채를 통해 외화를 조달하면 국내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등 환율의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다.

B 증권사 IB 관계자는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위기가 동시에 닥치면서 금융당국은 외화채 발행 확대를 꺼내 들었고, 기재부는 이에 대해 사실상 묵과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월을 거치면서 상황은 다소 변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화채 발행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금융회사들이 등장하면서다. 외화채 발행을 늘리라던 금융당국이 한 달도 안 돼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태세 전환을 두고 시장에선 여러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달러-원 환율의 추이를 지목했다. 달러-원 환율이 11월 초 1,400원대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금융당국과 기재부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외화채 발행과 관련한 내용을 말해도 기재부에서 듣는 체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기재부로선 외화채 발행을 관리할 유인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외화채 발행 확대를 지속해서 건의해 온 금융회사들의 비판도 커진다.

한 외국계 증권사 IB는 "유동성 확보의 수단이 제한된 여전사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알아서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지속해서 해외 투자자들과 소통했다면 자금시장의 위기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가 달러-원 환율은 관리한다는 미명으로 외화채 발행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시장의 규모가 이만큼 성장했는데 환율을 방어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다"고 덧붙였다.(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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