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연초부터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고물가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강력한 물가안정 대책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특히 올해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고금리가 지속돼 취약차주의 금융부담까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야 모두 정부에 민생안정대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설 민생안정대책 마련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에선 설 성수품 중심의 물가 안정과 겨울철 취약계층 생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앞으로 상당기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중국의 방역 완화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라며 "국내에선 연초부터 공공요금 인상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특히 올해 상반기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산에서 열린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 위기'를 내세우며 정부를 강도 높게 몰아부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새해 시작이지만 설렘만을 앞세우기엔 우리 앞에 놓인 민생경제 위기와 한반도 평화 위기가 참으로 심각하다"며 "국정 책임의 실종, 정치 부재, 폭력적 지배가 활개 치는 난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힘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얄팍한 정치적 셈법이 아닌 실제 국민의 삶을 지키고 보탬이 될 수 있게 쉼 없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하반기에 3~4%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반기에는 여전히 4~5%대를 유지하는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불안 요인이 가시지 않은데다, 연초부터 전기·가스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올해 물가가 연중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일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다.

이번 조정으로 평균적인 4인 가구(월 사용량 307㎾h)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4천22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 늘어난다.

㎾h당 인상액(13.1원)과 4인 가구 기준 인상액(4022원)은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올렸던 모든 회차를 통틀어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최대치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37%에서 25%로 축소돼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ℓ)당 516원에서 615원으로 99원 올라갔다.

가스요금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2분기부터 인상이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가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총 5.47원 인상됐는데, 정부는 올해 요금을 이보다 1.5배에서 1.9배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미 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공공요금 인상안 등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국회는 내다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3고현상의 장기화와 그 영향' 보고서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현상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및 불안정성 증대 국면이 오히려 내년 이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미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6%대까지 치솟은 뒤에도 여전히 5%대를 상회하고 있으며, 무역수지도 지난해 11월 기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져도 국내외 여러 경제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현실하에서 가용한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는 전례 없던 팬데믹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2020~2021년 기간 동안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고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에 고물가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선정하고 물가상승률 추이에 맞춰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2023년에도 고금리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총수요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목표로 삼고 있는 2% 물가상승률 수준을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의 긴축 정책과 시차가 필요할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에서 주요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고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는 아직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예산정책처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여전히 7~8%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미 연준이 속도는 조절할 수 있어도 금리 인상 기조 자체는 유지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미 8월 이래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금리인상은 그 당위성만큼이나 가계부채 이자 부담의 증대, 금융기관의 부실화 문제, 소득양극화 심화와 더불어 소비 투가즈이 위축, 낮은 경제성장 등의 부작용을 조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둔화 속도와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