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2년 3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튀르키예 JV 건을 협의해 왔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협상 중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SK온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체 포드, 튀르키예 대표기업 코치와 손잡고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설립이 무산될 거란 보도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최종 결정이 남았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지난 10개월간의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사실상 합작법인 설립 철회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분위기다.

심지어 포드는 이미 유럽시장 대응 새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점찍고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머잖아 도장을 찍을 거란 관측이다.

SK온 배터리 설명 듣는 최태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에선 이번 JV 무산에 대한 원인 파악에 분주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SK온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계획 수정이 불가피했고 자연히 파트너들과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분석한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기존 해외 생산기지의 수율 개선과 가동률 안정화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고객사와의 신뢰는 물론이고, 수익성 문제로 직결돼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부 투자유치를 위해서라도 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란 의미다. 자칫 글로벌 공장 전반의 문제로 비쳐질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포드와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SK온 입장에선 이유가 뭐가 됐든 뼈아픈 건 매한가지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로 아직 수율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 문제까지 겹치니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튀르키예 JV 건은 국내 배터리사가 완성차업체와 유럽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 첫 사례였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포드와 손을 잡는다는 건 SK온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명서나 다름없었다.

당시 SK온은 자신감이 넘쳤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비행기로 10시간 넘게 떨어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럴듯한 답이 들려왔다. 다름 아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SK통합전시관을 찾았다가 올해 어려운 경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질문받았다.

답변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그는 "경기 변화를 전망하거나 예측하려 하기보단 대응한다"며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예정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잘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쓸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신경 쓰기보단 다가올 미래 준비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거지더라도 미래의 방향성을 정확히 설정하고 빈틈없이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SK온이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배터리업계에선 '예정된 미래'인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 수율 개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지나치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사업에 먼저 뛰어든 경쟁사들 역시 이미 다 겪은 문제다. 지금을 견뎌야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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