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주 발표된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월가의 경제학자들이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농업부분 고용이 예상의 두 배 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경기 침체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경제전문지 배런스가 4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지표를 '혼란스럽다', '잡음이 많다', 혹은 '눈이 튀어나올 만한',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그리고 '역설'이라는 단어 등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고용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1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은 월가의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1만7천명이었다. 실업률은 50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고, 주당 근무 시간은 늘었다. 올해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바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 좋은 소식이지만 연준이 원하던 그림은 아냐

연준은 지난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과열된 미국 경제를 냉각시켜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고용지표는 고용시장이 아직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이 지표에 놀란 이유는 최근 나온 경제지표와는 정반대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소비지출, 산업생산 등은 고용지표처럼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기지은행가협회의 마이크 프라탄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경제활동 측정치와 고용시장 통계 사이의 격차에 대한 느낌표"라고 말했다.

BMO 자산운용의 마융유 수석 투자전략가는 "1월 고용 증가세는 시장에 일부 불확실성을 재점화했다. 시장에서는 이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길 바랐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용 지표 때문에 연준의 임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모든 경제 지표를 살펴보지만, 고용지표에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다고 코메리카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그는 "연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아닌 완전 고용 의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덤스는 다음번 연준 회의에서의 결정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나올 경제지표들이 1월 고용지표를 확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와 빅테크 부문에서 지난 몇 달간 대규모 해고가 진행된 가운데서도 고용 보고서가 견조한 것에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는 앞으로 고용 지표가 훨씬 약해져야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달 고용 증가의 대부분은 레저와 접객 등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서 이뤄졌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 시간당 임금 둔화의 역설…물가에 상충된 시그널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고 고용시장이 매우 타이트함에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매우 역설적 상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해 상충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배런스는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간당 평균 임금이 가장 믿을만한 지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근로자의 조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탄토니는 "임금 증가율이 4.4%로 내려간 것은 임금이 낮은 업종으로의 일부 변화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3개월 안에 임금을 인상할 계획인 소기업의 비율은 1월에 크게 낮아졌다. 마리아 피오리니 라미레즈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 경제학자는 한 달 치 지표만으로 승리를 선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최근에도 비슷한 시그널이 나왔지만, 이후에 다시 반전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들보다 채용공고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업종은 지난 1년 사이 빈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고용이 회복되지도 않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T 업종에서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비슷한 연봉을 받고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연준과 기준금리에 의미하는 바는

비둘기파는 임금 증가율 둔화가 의미하는 것은 일자리를 많이 희생하지 않고 물가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레이드스테이션 그룹의 데이비드 러셀 부회장은 "중요한 것은 임금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실업이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준이 경제에 대해 브레이크를 더 세게 밟을 필요가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록의 릭 리더 픽스드인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고용시장의 유연함과 적응력은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연착륙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은 이것을 성공으로 간주하고, 그리고 잠재적으로 향후 몇 달 동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고용 시장을 휘게 할 수는 있지만 꺾이지는 않게 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매파들은 임금 증가율이 아직 팬데믹 평균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과 낮은 실업률이 임금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연준은 단기적으로 계속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글렌메이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CIO는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 헤드는 "고용 보고서에 금리 인하를 강요할 만한 중대한 스트레스 징후가 없기 때문에 보험성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지표의 명확성이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3월 회의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경제 전망과 점도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특히 고용시장의 경우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걸린다는 점이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하든 시장에 전면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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