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반도체·2차 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 후폭풍으로 정치권이 공전하면서 2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조특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오는 14일 조세소위원회를 개최한다. 15일에는 기재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앞서 정부가 세액공제율 추가 확대를 위한 조특법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발의하며 기재위에 회부됐지만, 2월 임시국회 들어서 아직까지 논의는 시작하지 못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투자 증가분(최근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10% 추가 공제 혜택도 부여한다. 추가 공제 혜택까지 부여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15일 국회를 찾아 조특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부자감세·형평성 등을 지적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 등 대외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지원책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공표한 반도체 투자 지원법(Chips Act·칩스법) 이행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칩스법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신·증설과 장비 현대화에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을 포함한 우려국에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를 금지한 가드레일 조항이 담겼다.

일본도 반도체 국산화를 강조하며 설비투자에 드는 비용의 최대 3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며 총력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한 462억7천만달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6% 줄어든 589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무역적자는 월간 역대 최대치인 12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5% 감소한 60억달러로 집계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14년 1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곧바로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대만, 미국 등 경쟁국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세액공제율 추가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특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최우선 법안으로 선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2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신속히 논의해야 하겠다"며 "입법이 하루 늦어지면 반도체 수출이 1% 준다는 각오로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도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얼어붙어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물론 정부 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에 반발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사법리스크를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제출한 조특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 내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해당 법안의 2월 임시회 통과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법안 처리 당시 여야는 세액공제율 확대에 전향적인 입장이었지만, 기재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대기업 8%를 고집해놓고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추가 세액공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국회에서 조특법이 통과된 지 한 달 만에 또 변경하는 데다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 논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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