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리상승기 예대마진으로 얻은 이익을 통해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권을 겨냥한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국회에서는 은행의 공공성 강화를 명시한 법안부터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주요 은행들이 기본급의 4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 한 목소리로 은행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은행의 독과점 횡포와 수익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며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서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상생 금융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고금리로 서민의 시름은 깊어지는데 은행은 성과급 잔치에 명예퇴직금 파티를 한다"며 "대출이자가 오르거나 6천~7만원만 가계지출이 늘어도 생계에 부담인 서민을 생각하면 은행의 행태는 다른 나라 얘기다. 고물가와 경제위기 속 부채와 금리로 허덕이는 서민과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은행권은 임직원 성과급으로 연간 조 단위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재작년 실적에 따른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1조3천800억원을 썼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원 1명당 평균 성과급은 KB국민은행 2억1천600만원, 신한은행 1억7천200만원, 하나은행 1억6천300만원, 우리은행 1억400만원, NH농협은행 4천800만원 순으로 높았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서민의 이자 부담은 커져가는 것에 반해 은행권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여야 모두 은행권을 겨냥한 각종 법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은행법 조항에 '은행의 공공성'을 적시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제1조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 문구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의 목적을 담고 있는 '총칙' 성격의 1조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며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하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은 "은행은 정부의 인가 없이 수행할 수 없는 '신용 창출'의 특권을 향유하고 있고, 일반기업의 채권자와 달리 예금자인 일반 국민을 채권자집단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의 핵심인 자금공급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며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위기 시 구제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는데, 금리 상승기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둔 은행이 1조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은행권 등에서는 '은행이 공공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은행 경영에 있어서 공공적 의무를 부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이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 정우택, 윤두현, 배준영,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이 예대금리 차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수익의 최대 0.3%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정책 금융에 활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하위 규정 및 자율 규약 등으로 운영되는 예대금리 공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가산금리 산정과 밀접한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세부 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은행 재량이 큰 리스크관리비용과 목표이익률의 투명성을 제고해 금융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대출금리가 산정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대출금리 산정 방식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이른바 '금리폭리방지법'을 주요 민생 법안으로 추진 중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은행별 자율적으로 산정되는 가산금리가 고금리 대출의 주원인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물가도 높은 상태인데다 금리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갚기도 빠듯한 서민 경제 상황과 대비되는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이자 산정 등에 있어서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는 법안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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