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주주제안' 안건 없어
이사 수 상한 설정·BW 한도 확대 등 추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모처럼 '표 대결' 없는 주주총회를 치른다.

강성부 대표의 KCGI가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기 이전인 2018년 3월 이래 5년 만이다.

하지만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모습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정관 변경안의 일부에서 경영권 분쟁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진칼 정기주총
[연합뉴스 자료사진]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다음 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1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최근 이사회를 열고 주총에 올릴 안건을 확정했다. 크게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다섯 종류다.

올해의 경우 주주가 직접 제안해 상정한 안건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빠지지 않았던 주총장에서의 '표 대결'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KCGI와 반도건설 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던 외부세력이 지난해 엑시트 한 데 따른 결과다.

한때 '3자연합'이란 이름으로 같은 배를 탔던 이들은 작년 주총에서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2019년부터 세 차례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정관변경을 시도한 KCGI는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한진칼을 떠났다. 이후 주주구성이 다양해지며 자연스럽게 조 회장 체제가 공고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과거 기억을 털어낸 것은 아니다.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린 정관 변경안 중 일부에서 그 흔적이 눈에 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진칼은 2013년 대한항공에서 인적 분할해 출범한 후 처음으로 '이사 수' 제한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은 '3인 이상'으로 이사회를 꾸리면 됐으나 앞으로는 '3인 이상 11인 이내'로 상한선을 설정한다.

이에 맞춰 올해 이사회 멤버 수도 달라진다. 지난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0명 등 '13인 체제'에서 '11인 체제'로 개편한다.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이 이사회를 떠난다.

한진칼 측은 "이사회의 의사 진행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 이사 수가 많아 회의 일정을 잡거나 안건을 논의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 규모를 고려할 때 재계 다른 기업들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기도 하다. 한진칼은 지주사 특성상 규모가 크지 않다. 작년 9월 기준 임직원이 26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진칼 이사회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비대해졌다. KCGI 등이 지속적으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 측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조 회장 측 역시 우호적인 인물을 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맞불을 놨다.

산업은행과 항공산업 구조 개편 차원에서 체결한 투자협의서에 따라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산은이 지명한 사외이사 3명을 품기도 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한도를 증액하는 안건 역시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진칼은 이번에 정관상 3천억 원인 BW 한도를 6천억 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출범 당시부터 3천억 원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현재 한도가 꽉 찬 상태다. 조 회장과 KCGI 측이 지분율 확대 경쟁에 한창이던 2020년 6월 3천억 원 규모로 찍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BW 발행을 택했다. 적시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KCGI 등 3자연합을 의식한 조치로 봤다.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지분 취득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3자연합은 자신들도 함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주주배정 유증으로 재원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이때 발행한 BW는 주가 하락으로 여러 차례 전환가액이 조정됐다. 오는 7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BW 한도 증액은 시장 상황에 따른 회사채 발행의 다양화 검토 목적"이라며 "실제 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회사채를 발행할지 모르니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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