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항공은 이번 영국 경쟁당국의 승인 결정이 진행 중인 미국, EU, 일본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 보도자료에 눈에 띄는 문구가 등장했다.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소식을 전하며 해당 결정이 나머지 3개 당국의 심사에 '긍정적'일 거란 표현을 썼다.

맥락상 미국과 EU, 일본도 영국처럼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이번 딜의 주체로서 늘 조심스러워하는 스탠스를 취하던 대한항공이 이례적으로 고무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해외 경쟁당국은 각자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다.

다른 나라의 판단을 참고할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가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이유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대한항공이 공식 보도자료에 이런 표현을 쓴 배경은 무엇일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론부터 말하면 명확한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다. 그보단 기대와 바람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허황된 이야기도 아니다. 나름 일리가 있다. 대한항공의 논리는 이렇다.

기업결합 승인은 두 기업 간 결합으로 생기는 시장 경쟁 제한성을 얼마나 완화하는지가 관건이다. 합병 후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공정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해결법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겠다는 내용이 담긴 독과점 해소 방안을 경쟁당국들에 제출하는 이유다. 이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은 영국에도 자진 시정안을 냈다.

즉 대한항공 입장에서 이번 승인 결정은 영국으로부터 자사의 시정조치가 경쟁 제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인정' 받았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EU와 미국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기준과 절차가 다르긴 하지만 결국 경쟁 제한성 해소 여부를 따져 결론을 내리는 방향성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2016년 탈퇴 전까진 EU의 구성원이었던 만큼 지금도 EU와 심사 기준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EU의 경우 약 2년여간의 사전협의를 거쳐 올 1월 본 심사를 개시했고 지난달 20일 2단계 심사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도 업계 안팎의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달랐다. 만약 경쟁 제한성 해소 조치가 부족했다면 굳이 2차로 넘어가지 않고 1차에서 불승인으로 심사를 종결했을 거라고 봤다. 항공 전문가들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탰다.

물론 여기엔 이른 시일 내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고자 하는 바람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대규모 M&A인 만큼 하루빨리 잘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게 당연하다. 2020년 11월 여정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났다.

이번 딜은 국내 항공산업 재편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생존 및 경쟁력 강화와도 맞닿아있다. 단순히 메가 캐리어를 꿈꾸는 대한항공의 욕심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 정말 3개국 남았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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