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래 8년 만의 이익소각 앞둬
2025년 '주가 200만원' 약속, 갈 길 멀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SK㈜가 조만간 2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을 공식화한다.

이를 통해 주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상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SK증권과 체결했던 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계약기간(6개월) 만료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보통주 95만1천주가 계좌로 입고되며 보유 자사주가 보통주 1천896만1천861주, 우선주 1천787주로 늘었다. 이 중 보통주 795만1천583주를 제외한 물량은 과거 SK C&C, SK머티리얼즈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번 매입으로 자사주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25% 수준까지 늘었다. 재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양이다.

실제로 SK㈜는 그간 자사주가 많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미국 투자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라이프자산운용이 각각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일부 소각을 요구했을 정도다.

SK㈜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소각 관련 세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작년 8월 말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기간 종료 후 전량 이익소각 하겠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아직 관련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일단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2천억원 규모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SK㈜가 자사주 취득에 이어 소각을 결정한 건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다.

평소 자사주를 취득·처분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지만 대부분 임직원 보상이나 사외이사 보수 지급 등을 위한 목적이었다.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건 2019년 말, 소각한 건 2015년 4월 이래 처음이다.

SK㈜는 작년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스토리 기반의 포트폴리오 가치 성장과 투자 성과의 실현이 주주환원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차원이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기업가치 목표 및 투자전문회사의 역할,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 배당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다. 소각은 옵션으로 달았으나 첫해 곧바로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회사가 꺼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올라가면서 곧바로 주가부양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소각이 주가 반등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도통 오르지 않는 '주가' SK㈜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대표적 수단으로서 모든 주식회사들이 안고 있는 숙제나 다름없다. 특히 SK㈜의 경우 사전에 밝힌 목표치가 있다.

앞서 장동현 부회장은 2021년 3월 회사 유튜브 채널에 출현해 2020년 24만원이던 주가를 2025년 2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5년 내 8배 넘게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시총으로 따지면 140조원 규모다.

SK㈜ 주가 흐름. (2021년1월~현재)
[연합인포맥스]



하지만 주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3일 종가 기준 18만1천800원으로 장 부회장이 제시한 2020년 24만원보다 24.3% 하락했다. 유튜브 영상을 올린 작년 3월29일(26만8천500원)과 비교하면 32.3%나 빠졌다.

물론 아직 2년 반가량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의 첫 단추를 끼우기로 한 만큼 제대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관점에서 효과가 미흡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확실한 중장기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향후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 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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