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는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기업의 대표'라는 역할과 무게감을 고려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기업의 방향성과 연관 지어 해석되곤 한다. 특정 사업장 방문이 관련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시그널로 인식되는 식이다.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쪼개 나가야 하는 해외 출장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실제로 주요 의사결정과 맞물려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권영수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부회장)가 최근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다녀왔지만, 중국은 2021년 말 취임 이후 첫 방문이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현지 사업장을 골고루 둘러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난징공장 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미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상하이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공장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라인 일부를 LFP 생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첫 LFP 라인이다.

앞서 회사 측은 작년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올해 중국 난징공장과 내년 미국 미시간공장에 순차적으로 LFP 라인을 구축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 차원이다.

시작은 모두 ESS용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미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FP 배터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그간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소형 전기차 수요 증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완성차업체들의 니즈가 맞물려 LFP 배터리 채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포드가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LFP는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가성비가 좋아 중저가 전기차용 배터리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기술의 발달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도 일부 보완됐다고 한다.

특히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북미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쓸 수 없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LFP 배터리 개발 요구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사들이 LFP 배터리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권 부회장이 직접 중국을 찾은 건 단순 생산라인 점검을 넘어 현지 시장 동향을 살피고 LFP 배터리 관련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간 NCM 배터리에 집중해온 LG에너지솔루션이 본격적으로 LFP 배터리를 키우기 시작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제품 생산이나 시장 공략 관련 스케줄이 당겨지거나 투자 확대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라인 전환 중인 LFP 배터리는 ESS용이지만 향후 시장 조건이나 고객사 요구에 따라 전기차용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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