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의 합병 등 금융권의 위기가 고조되자 증권가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 발생한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사태를 회고하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주말 간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발행한 코코본드(AT1) 상각을 결정하면서 다른 금융회사의 AT1 가격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의 결정은 '시장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불렀다. 은행의 가치 청산 과정에서 '손실 완충 자본' 가운데 보통주(Tier1)를 가장 먼저 상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경우엔 기타기본자본(AT1)을 상각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주식은 살리고, 채권은 죽인 이례적인 사례다.

CS의 코코본드 가치가 '0'으로 변하자 시장에선 유사한 상품을 향한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금융기관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급락을 거듭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은행, 국내 보험사 등이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도 냉랭한 시선을 피할 순 없었다.

일부 증권가 관계자들은 여기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를 떠올린다. 지난해 흥국생명이 시장의 불문율을 어기면서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자 해당 발행물의 가격이 폭락했고, 일부 자산가가 증권사 PB를 통해 이를 사들여 큰 이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자산가는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 결정을 번복한 일주일 만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흥국생명 사태와 CS의 코코본드 상각은 본질적으론 다른 문제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가 시장 관례를 어기면서 가격이 폭락했을 뿐 원금을 돌려준다는 채권 투자의 기본적인 전제에는 문제가 없었다. 반면 CS의 AT1은 상각 결정으로 가치가 없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흥국생명 사태와 CS 코코본드 상각은 본질적으로는 다른 문제지만, 그간 지켜오던 질서가 깨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냉각됐다는 점은 유사하다"며 "CS의 코코본드 가치는 없어졌으나, 분위기를 따라 폭락한 다른 발행사의 코코본드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S의 경우엔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국내 시중은행 등은 AT1 상각과 관련해 리스크가 훨씬 적은 편이다"고 덧붙였다.(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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