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업계의 핵심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의 시선은 중소형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가 고위험 고수익의 브릿지론 등을 통해 단기적인 이익 성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충당금 확보와 차입금 한도 확대 등을 통해 PF발(發)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브릿지론 부실화 위험, 중소형 증권사의 위기

11일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위기의 핵심으로 중소형 증권사를 꼽았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가 참여한 브릿지론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브릿지론의 기한이익상실(EOD)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만기도래한 브릿지론의 상당 규모가 본 PF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액 기준으로 2023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의 58.4%가 브릿지론이다. 이들 브릿지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개월~6개월 등의 초단기 연장으로 간신히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부담에 따라 스트레스 시나리오상 업체별 차별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본 적정성 저하 위험이 높은 업체들은 대체로 고 LTV, 중·후순위성 브릿지론 부담이 높아 부동산시장의 회복과 부진에 따른 민감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이들 증권사 가운데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부동산 PF 부실화로 인해 신용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하이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은 2021년 12월 말 435억 원에서 2022년 12월 말 기준 1천986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건전성 위험이 확대됐다.

윤소정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2022년 12월 말 기준 자본 대비 브릿지론 규모가 50%를 상회해 양적 부담이 여전히 높다"며 "브릿지론의 변제순위(중·후순위 비중 약 82%), LTV 구성, 만기도래 시기, 사업성 전망 등을 고려하면 질적 위험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는 충당금 확보와 브릿지론 자금 회수 등을 통해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PF발 우려를 막기 위해 리스크 조직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PF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충당금을 1천200억 원 가까이 쌓았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초엔 사후 관리실이라는 조직을 새로 만드는 등 PF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브릿지론의 적극적인 회수를 통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올해 2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17.5%까지 낮아졌다"며 "기존 취급했던 브릿지론도 만기 연장을 진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우발채무 또한 2월 말 기준 66% 수준으로 부동산 익스포져를 지속해서 줄여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주단 협의체, 연착륙 위해 일부 회사 희생 가능성

다만 금융당국의 주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대주단 협의체'와 관련해선 의견이 나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선택이지만, 중소형 증권사 등 일부 금융회사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주단 협의체는 최근 향후 정상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의 경우, 채권액 기준 대주단의 3분의 2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가 반대해도 대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방침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 가운데 특정 금융회사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만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PF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주단들이 PF 사업장에 고금리를 주고 만기를 연장하는 건 정부 정책의 효과와 함께 분양을 시작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금융회사가 만기 연장이 아니라 디폴트를 내는 식으로 대응하면 리스크가 대주단 전체로 확장된다"며 "금융권의 PF 연착륙을 위해 자본력이나 현금 흐름이 부족한 일부 회사가 받는 압박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비교해 버틸 힘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는 실제로 대주단에 빠른 상환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협약을 통해 만기가 연장된 건에 대해선 요주의로 분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으로 분류한다는 식의 조치나 증권금융 등을 통한 유동성 지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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