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편입 이후 사명 변경, 이전까진 '실리콘웍스' 유지
LX홀딩스, 올해부터 사용료 수취…1Q 수익 75억

(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1위 팹리스기업 LX세미콘은 올해로 '범LG가(家) 19년차'다. 2005년 코멧네트워크의 인수로 시작된 인연이 두 차례 손바뀜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범LG가의 일원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그간 한 번도 '브랜드(상표) 사용료'를 낸 적이 없다. 사실 낼 일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 LX세미콘이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료를 지불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올 1분기에 'LX' 상표 사용 대가로 그룹 지주사 LX홀딩스에 10억원 가까이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LX홀딩스의 1분기 상표권 수익은 총 75억원으로 LX세미콘 등 6개 종속·관계회사들로부터 수취했다.




눈에 띄는 건 LX세미콘의 브랜드 사용료 지급이 '전례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코멧그룹→LG그룹→LX그룹 등 2005년 이래 계속 범LG가에 몸담아왔지만 정작 그룹 브랜드를 쓰기 시작하는지는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브랜드 사용료는 통상 지주사 체제를 갖춘 기업집단에서 각 사업회사가 그룹의 상표를 쓰기 위해 내는 비용을 의미한다. 즉, 그룹에 소속돼 있으면서 실제로 상표를 쓴다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LX세미콘의 옛 사명은 실리콘웍스다. 실리콘웍스는 2005년 코멧네트워크가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범LG그룹의 일원이 됐다.

코멧그룹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외사촌 기업으로 분류된다. 코멧네트워크의 대주주인 하국선씨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고 하정임 여사의 조카다.

다만 그룹의 규모와 당시 계열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표권 관련 이슈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소속 회사 수가 많지 않고 사명에 '코멧'이 들어가는 곳은 코멧네트워크와 코멧 등 2개 사밖에 없었다
LG그룹의 식구가 된 건 2014년 6월이다. ㈜LG는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때부터 2021년 5월 LX그룹으로 분리되기까지 약 7년간 LG그룹 소속이었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는 않았다. 실리콘웍스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해 'LG' 상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주사인 ㈜LG가 계열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실리콘웍스는 납부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현재도 LG그룹 소속사 중 사명에 'LG'가 들어가지 않는 곳들은 당연히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로보스타와 팜한농, 코카콜라음료, 지투알, D&O 등이다.

실리콘웍스는 2021년 손바뀜을 한 차례 더 겪었다. 독립경영을 결심한 구본준 회장의 LX그룹에 편입되면서다. 이때는 간판도 LX세미콘으로 바꿔 달았다.

LX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고 'LX' 상표를 쓰는 곳도 현재 기준 8개 사가 있다.

특히 LX홀딩스는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지주사로 브랜드 사용료 부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주요 수익원이 상표권과 배당,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표 사용료는 매출을 기준으로 책정해 이익 기반인 배당보다 더 안정적이다.

하지만 출범 직후 곧바로 사용료를 받지는 않았다. 다수의 계열사가 'LX'가 들어간 사명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정확한 가치 산정이 불가하다는 판단에서다. 성급히 사용료를 부과하기보단 인지도를 높여 계열사들이 비용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먼저였다.

이에 출범 1년여가 지난 작년 3분기가 돼서야 주요 계열사들과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무상' 계약으로 당장 달라지는 건 없었다. 향후 유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정도였다.

LX홀딩스는 올해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에 ▲인터내셔널 ▲하우시스 ▲세미콘 ▲MMA ▲판토스 ▲판토스부산신항물류센터 등 6개사와 사용 계약을 체결했고 1분기에 75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작년 11월 출범한 LX MDI도 간판에 'LX'가 들어가지만, 계열사를 상대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표권 이슈에선 제외됐다.

사용 수수료는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로 다른 대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LX세미콘은 범LG家 멤버가 된 지 18년 만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게 됐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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