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다른 회사가 한 달 걸리는 일을 우린 일주일 안에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진행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가 한 말이다.

보험사는 금융업권 가운데 '프라이싱'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 회사다. 보장하는 담보와 언더라이팅 조건, 보험료 등에 따라 수익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시장에서의 매력도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메리츠화재의 '계산 능력'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2016년부터 데이터사이언스 팀을 만들고 퀀트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프라이싱 능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올 1분기 당기순익 기준으로 손해보험업계 2위를 아주 간소한 차이로 넘보는 성과도 이런 기조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그런데도 불만족을 언급했다. 메리츠화재의 성장 전략은 여전히 보험업의 핵심 가치인 프라이싱 능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월요일에 상품의 니즈를 가져오고 결론이 나면, 그 주 안에 상품이 출시돼야 한다"며 "프라이싱과 상품화의 속도와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별적 프라이싱 능력에 기반해서 시장의 수요를 만족하고, 수익성을 담보하는 상품을 기민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이런 상품을 노이즈 없이 팔아낼 수 있는 영업망과 영업력을 빌드하는 데도 전념하겠다"고 부연했다.

자회사를 상장 폐지하고 지주 아래 두는 전례 없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고 다니는 회사인 만큼, 지주 체제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발표한 '통합 메리츠' 작업이 올해 마무리되면서 보험과 증권 두 회사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예고였다.

그는 "비유하자면 1층과 10층에 있던 두 회사가 같은 층 옆자리로 옮긴 것이다"며 "정신적 거리가 굉장히 좁혀진 느낌이고, 이걸 기반으로 올해 초 1조5천억 원 규모의 롯데건설 딜도 메리츠가 신속하게 제안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체제의 효율적인 자본 배분(캐피탈 얼로케이션) 전략도 설명했다.

보험사와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규제 비율인 킥스와 NCR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또는 대규모 투자 기회가 급속도로 발생하는 경우에 지주를 통한 자본 배분이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주식 투자에 비유했다. 분석은 평소에 해두고, 매수는 시장에 빠질 때 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자본 배분은 지주를 통한 배당금을 수시 배당하고, 그게 기회가 있는 회사로 내려가는 방식이다"며 "미리 계획하는 게 아니라 평소 시뮬레이션해놓고 기회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및 메리츠화재 대표
[메리츠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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