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최근 공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상반된 조달 행보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제한 등으로 적자 실적이 쌓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이에 대응해 원화채 발행을 늘렸다. 올 초 달러채 조달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시장 상황 등으로 연기를 택하면서 원화채 의존도가 더욱 부각됐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조달 수요가 늘어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원화는 물론 유로화와 스위스, 호주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시장과 달러화 선순위채 등으로 조달처를 넓혔다. 다양한 시장을 활용해 물량 부담을 분산하고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데 방점을 둔 모습이다.

◇주금공·한전, 조달 시장 활용력 차이

25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외화 커버드본드와 선순위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하반기 조달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 하반기 발행에 앞서 중기채권(MTN) 프로그램 설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MTN 프로그램은 중장기 해외채권 일괄 발행 수단이다. 초기에 설정한 한도 내에서 복잡한 서류 작업 없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해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그동안 달러화 선순위채 발행에 나서지 않았던 터라 MTN 프로그램을 설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월 13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데뷔전을 마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어 MTN 프로그램 설정으로 꾸준한 발행을 예고할 전망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외화채 시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 리스트(화면번호 4022)'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전일까지 달러화 환산 기준 23억2천752만달러(약 3조702억 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했다. 유로화와 스위스프랑, 호주 달러 커버드본드는 물론 달러화 선순위채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자금 수요가 늘자 외화채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국내의 경우 채권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한계에 대응해 보다 큰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셈이다.

효과도 명확했다. 올 상반기 진행한 외화채 발행물 대부분이 원화 조달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원화 시장에 집중해 자금 마련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전일까지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시장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는 10조3천5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특수채 발행 물량(43조2천81억 원)의 23.9%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외화채 발행 물량은 제로였다.

원화 선순위채, 주택저당증권(MBS)과 더불어 외화채 시장까지 겨냥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는 대조적 행보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올 초 달러화 채권 발행을 준비했으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연기를 택했다. 이어 내달 초 발행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화 시장으로도 조달처를 넓힐지 이목이 쏠린다.

◇자금 블랙홀 된 공기업…연쇄 효과 고민 필요

주택금융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모두 정부 정책 등으로 조달 수요가 급증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서민 주거 안정 지원을,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 인상 제한을 통한 민생 안정 등에 나서면서 조달 시장 활용도가 늘어났다.

국내에 의존한 조달을 이어간 한국전력공사는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발 투자 심리 위축과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겹치면서 크레디트 시장 전반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확대한 것이다.

올해 역시 발행량 축소 효과 등이 더딘 터라 일각에선 한전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연합인포맥스 '발행사 만기별 Credit Spread(화면번호 4788)'에 따르면 전일 한전채 2년물 민평 금리는 3.963%를 기록했다. 'AAA' 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이은 조달로 스프레드가 확대된 여파다.

물론 한국주택금융공사 또한 부담이 덜한 것은 아니다. 연이은 외화채 발행으로 이미 투자 한도에 다다른 해외 기관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다양한 통화 시장을 활용해 원화 시장 왜곡을 줄이는 것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는 점에서 조달 경쟁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늘고 있는 가운데 조달 물량 부담이 상당한 곳으로 꼽히는 한국전력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며 "발행량이 대폭 늘어날 경우 투자자는 물론 시장 전반의 수급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장과 상품을 활용한 조달 역량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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