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에 맞춰 우리카드가 2천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자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다. 가파른 실적 하락의 압박 속에서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이 원장의 메시지가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다.

30일 카드업계에선 우리카드 이후로 여러 카드사가 상생금융 행보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카드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향해 경기침체기에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식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2023.6.29 mjkang@yna.co.kr


우리카드는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대상 신규대출(800억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이용대금 캐시백(100억원), 연체 차주 저리 대환대출·채무감면(1천300억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생금융 행보를 예고했다. 전일 롯데카드는 저소득층 금융서비스 지원을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ESG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신한카드도 2억3천만 유로(3천200억 원) 규모의 소셜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해 취약계층 지원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카드 업계의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다. 이 원장의 발언이 '당부'로만 들리지는 않는 모습으로 나머지 카드사도 상생금융 행보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 원장이 올해 초부터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을 찾을 때마다 은행들은 금융상생 방안을 발표한 전력이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당부를 그저 부탁으로만 듣는 카드사는 없을 것"이라며 "올 초 은행들이 상생금융 방안을 연이어 발표한 것처럼 카드사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에 반응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달금리와 연체율 등 요인으로 카드사의 실적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1분기 7개 카드사의 당기 순익은 전체 합산 5천72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 감소했다.

위드 코로나의 영향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급등한 조달금리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고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차주의 상환 능력이 악화한 점도 카드사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올 1분기 카드사의 이자 비용과 대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 51% 증가했다.

위 관계자는 "지난해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조달 비용 상승의 여파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상생금융 등의 활동으로 실적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금융과 관련해 카드사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중하위권의 우리카드가 2천200억 원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카드사들이 지원 규모를 놓고 눈치 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다른 카드 업계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치고 나가면서 이보다 규모가 큰 카드사들은 지원 여부부터 규모까지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카드사의 경우에는 고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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