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정정 신고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7개월여 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공시한 내용을 손본 것이다.

수정 내용은 간단하다. '취득 예정 일자'를 기존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변경했다. 딜 클로징의 선행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등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만큼 거래 종결 기한을 3개월 연장한 셈이다.

대한항공이 거래 종결 기한을 늘린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월부터 3개월에 한 번씩, 무려 아홉 번이나 연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공시 이름만 다를 뿐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를 9번 정정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 예정일을 미루는 정정공시를 총 9번 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양사는 이렇게 오매불망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며 지난 2년 7개월여를 보냈다. 매번 정정보고를 할 때마다 마지막이길 기대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기다리고 있는 '좋은 소식' 없이 분기 말이 도래해 또다시 기한을 연장해야 했다.

최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심사 기한을 연장하며 3분기 중 인수 작업이 끝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당초 EU는 다음 달(8월) 중 심사를 마치고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한을 20일(영업일 기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예정보다 두 달가량 최종 결론이 늦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연내 마무리가 어려울 거란 얘기도 있다. EU뿐 아니라 미국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의 경쟁 제한성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이 결코 대한항공에 유리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심사 기한 연장이 기존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추가로 수정·보완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항공이 EU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건 대한항공의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EU와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심사 결과만 남겨둔 지금, 딜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대한항공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EU 측에 먼저 심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 참석 당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합병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며 "그들(미국·EU·일본)이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ESG 보고서에서도 조 회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CEO 메시지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통합을 위한 기업결합 승인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ESG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해 사람과 환경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30일 10번째 '정정 공시'를 하게 될까. 만약 한다면, 최근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이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간의 정정 공시는 '딜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측면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인 동시에 해외 경쟁 당국이 '불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유수진 기업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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